寫影自贊 사영자찬

貌有形 모습에는 형상 있고
神無形 정신에는 형상 없네
其有形者可模 형상 있는 것은 그릴 수 있지만
無形者不可模 형상 없는 것은 그릴 수가 없네
有形者定 형상 있는 것이 정해져야
無形者完 형상 없는 것이 온전하다네
有形者衰 형상 있는 것이 쇠하면
無形者謝 형상 없는 것은 시들해지고
有形者盡 형상 있는 것이 다하면
無形者去 형상 없는 것은 떠나간다네

*미수 허목(許穆 1595~1682)이 자기의 초상화를 보고 쓴 글이다. 23세 젊은 때를 그린 초상을 늙고 쇠잔한 때에 마주보는 감회가 담겼다.

삶을 돌아본다는 것은 죽음에 임박한 때나 늘그막에 와서 기운빠져 할 일이 없을 때나 하는 일일까. 가끔 접하는 옛사람들의 글 속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 가짐을 다잡는 글이 많다. 모두 자기성찰에 중심을 두고 있다.

셀카가 일상인 시대다. 어느 시대보다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살필 수 있는 시대를 산다. 셀카를 찍으며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모습들이 참 좋다. 겉모습 뿐만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로 삼는 이런 노력이 더해지면 뒷모습도 그만큼 아름다워진다고 할 수 있을까.

한나절 물매화 핀 풀숲에서 어슬렁거리며 놀았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것보다는 다른 것을 탐하는 마음이야 모르는 바는 아니나 지나고보면 맹숭맹숭한 그것이 심중에 남는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처음 눈맞춤하는 붉은 기운의 그것보다 치장하지 않은 민낯의 모습이 더 오래 기억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전히 낯설기만 한 내모습이다. 물매화를 보며 심중에 그려가는 내모습이 이랬으면 싶다. 부려도 좋을 욕심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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