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 사람의 지기知己를 얻을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십 년 동안 뽕나무를 심을 것이고, 일 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것이다. 열흘에 한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한다면 오십 일 만에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오색의 실을 따뜻한 봄날 햇볕에 쬐어 말리고, 아내에게 부탁해 수없이 단련한 금침으로 내 지기의 얼굴을 수놓게 해 기이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 것이다. 그것을 높게 치솟은 산과 한없이 흐르는 물 사이에 걸어 놓고 서로 말없이 마주하다가 해질녘에 가슴에 품고 돌아올 것이다.
 
若得一知己 我當十年種桑 一年飼蠶 手染五絲 十日成一色 五十日成五色 曬之以陽春之煦 使弱妻 持百鍊金針 繡我知己面 裝以異錦 軸以古玉 高山峨峨 流水洋洋 張于其間 相對無言 薄暮懷而歸也
 
*조선사람 이덕무의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 나오는 글이다. 한정주는 '문장의 온도'에서 이글에 언급한 벗의 예를 다음의 경우로 이야기 한다.
 
"김시습의 매화와 달, 성수침의 소나무, 허난설헌의 난초와 눈, 최북의 붓, 정약용의 차, 정철조의 돌, 이긍익의 명아주 지팡이, 유금의 기하학, 서유구의 단풍나무, 김정호의 산, 이규보의 거문고와 시와 술, 허균의 이무기, 박제가의 굴원의 초사, 이덕무의 귤과 해오라기와 매화"
 
*대부분 자연에서 찾은 벗들이다. 어찌 사람 사이 벗의 이야기를 하면서 '겸재 정선과 사천 이병연'이나 '문무자 이옥과 담정 김려'와 같은 예를 찾지 않은 것일까. 나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벗으로 사귐의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이라해도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에 몸살을 앓더니 올 가을 꽃이 부실하지만 향기는 더욱 그윽하다.
 
산 너머로 금목서 향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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