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
작디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
 
*문태준의 시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다. 정령치를 건너다 보는 산기슭에는 250 여년의 같은 시간을 쌓아온 소나무 네그루가 있다. 잘 익어가는 나무는 넉넉한 품을 만들어 뭇 생명들에게 쉼의 시간을 나눠주고 있다.
 
성급한 가을을 전하는 바람이 들판을 건너 사람들의 터에 당도하고 있다. 소나무 품에 들어 도란도란 나누는 저들의 말에도 잘 익은 속내가 담겼을 것이다. 다정도 하다.
 
미루지 말아야 할 말이 있듯이 때론 미루어 두고 한 템포 쉬어야 할 말도 있기 마련이다. 가슴 속으로 곱씹어 익히고 걸러야 비로소 온전해지는 무엇, 오늘은 당신에게 그 말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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