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蕭瑟바람을 기다린다. 볕의 기세가 한풀 꺾여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계절을 기다리는 마음은 이미 대숲을 건너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아침 기온이 전해주는 소식에 조금은 더 깊어져야 한낯의 볕이 반가울 때라지만 간혹 쏟아지는 소나기가 까실한 공기를 불러오니 문턱은 넘어선 것으로 본다.

할일없다는 듯 대숲을 걷다가 혹 챙기지 못한 내 흔적이라도 있을까 싶어 돌아본 자리에 발걸음이 붙잡혔다. 한동안 허공에 걸려 한들거리는 댓잎하고 눈맞춤하였더니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흔들리는 나를 댓잎이 가져가버렸다.

소슬바람을 기다리는 내 마음이 저 허공에 걸린 댓잎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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