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비가 어디 있으랴마는 처서處暑에 오는 비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 싶다.

더이상 풀들도 자라지 않고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고도 하고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 감한다’고도 했다. 또한 옛 선비들은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도 이때가 지나서 했다고 한다. 이미 가을 냄새를 맞았으니 오는대로 누릴 참이다.

무엇이든 때를 만나기 위해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지만 폭염 속에서 만나는 단풍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같은 뿌리에서 났지만 가지가 다르다고 이렇게 먼저 내빼면 어쩌란 말이냐. 어쩌면 날마다 보는 벚나무 단풍은 이미 진행중이라는 것을 잊은듯 발걸음이 잡혔다.

가을은 짐작보다 성질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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