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별꽃'
애기도라지 못지 않게 애를 태운 것이 이 녀석이다. 때를 잘못 만나 발아하고 무성하게 자라더니 결국 꽃을 피우지 못하고 말았다. 내게 볕을 많이 쐬면 가능하다는 말이 전해주는 이는 그것이 희망고문었다는 것을 알까?
어디서왔을까. 여기저기 꽃이 피는 곳이 여럿이다. 매화화분에서도 해국화분에서도 대문 옆 화분에서도 핀다. 앞으로 필 화분도 있으니 기대가 부푼다. 많은 열매가 발아율도 좋다는데 꽃밭을 이룰 꿈을 꿔도 좋겠다.
아주 작게 피는 녀석이지만 진보라색에 노랑꽃술이 유독 돋보이는 강렬함이 있다. 볕이 있는 낮에 피었다가 지는 녀석이라 출근한 이에게는 꽃을 피우고도 여전히 애를 태우고 있다.
제주에서 비행기 타고 짠물 건너 서울로 갔다가 다시 기차타고 소백산에서 꽃을 피웠다. 그 씨앗이 승용차로 곡성 또가원까지 왔으니 뚜껑별꽃의 나들이와 함께 한 꽃벗들의 마음이 깊고 넓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