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도라지'

제주에 사는 꽃친구의 이 꽃자랑에 한숨만 늘어났다. 이 꽃 본다고 짠물을 건널 수도 없는데 앞서 다녀온 이들이 가져와 집에 핀 꽃을 자랑하는 것을 보자니 겨우 달랬던 부러움에 심술까지 났다.

 

그 마음을 익히 아는 이가 친절하게도 씨앗을 보내왔는데 때를 잘못 골라 파종한 꽃은 보지도 못하고 한해가 지났다. 이른 봄 짠물 건너갔다 온 꽃친구가 전해준 모종을 받아 화분에 옮겨두고 이제나 저제나 꽃 피기만을 기다렸다.

 

꽃봉우리 올라오고 필 때가 되었는데 좀처럼 꽃을 보지 못한다. 아침은 피기 전이고 퇴근하면 꽃잎을 닫으니 어찌 본단 말인가. 어느날은 이 꽃 보고자 퇴근을 서둘렀다. 참으로 어렵게 만난 꽃이다.

 

연보라색 꽃이 앙증맞게도 핀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여리여리한 꽃대 끝에 하나씩 피는 꽃이 볼면 볼수록 매력덩어리다. 도라지를 닮았는데 작아서 애기도라지라고 한단다. 다른 이름으로는 좀도라지, 아기도라지, 하늘도라지라고도 한다니 무엇으로 불리던지 이쁘기만 하다.

 

어렵게 얻었으니 오래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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