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淡 평담
어느날 반가운 이가 남도 나들이 길에 내가 거처하는 모월당에 들렀다. 차 한잔을 사이에 두고 관심사인 붓글씨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불쑥 내민 글씨다.
밤이 깊도록 창문에 걸어두고 글씨가 전하는 느낌과 그 뜻에 관한 담소가 이어졌다.

'고요하고 깨끗하여 산뜻하다'는 평담의 사전적 의미다. 이 글씨와 내가 잘 어울리겠다는 말에 선듯 받았다. 머리맡에 두고보며 담고 있는 뜻의 무게를 짐작하면서 몇날며칠을 두고 살피기를 거듭했다.

"평온하고 담백 충담(?淡)한 풍격적 특성을 일컫는 말로서 주로 풍격 용어로 많이 쓰인다. 평담은 평범하고 용렬해서 담담하기만 하고 깊은 맛이 없는 것과는 다르다. 사공도(司空圖. 837-908)는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에서 평담을 "따뜻한 바람과 같이, 옷깃에 푸근하게 스민다"고 노래하였다. 때문에 평담은 비교적 맑고 고아하며 편안하고 고요하며 한적한 정취를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검색하여 찾아낸 뜻이 여기에 이르렀다. 글씨를 쓰고 나에게 전해준 이의 마음을 짐작은 할 수 있으나 그 뜻을 감당하기에 버거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곁에 두고서 일상의 '화두'로 삼아도 좋을 것이라 여겨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한다.

'평이하나 오래 보아도 물리지않는 물 같은 맛'

#글씨는_서예가_항백_박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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