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깽깽이풀'

먼길을 나섰다. 남쪽에는 없기에 내 터전을 두고도 남의 동네를 기웃거리는 이유다. 점점 먼길을 나서는 날이 많아지는 것을 두고 스스로 어찌 설명할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꽃 보자고 부르는 마음이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다 좋은 것 아닌가.

 

같은 이름이지만 사뭇 다른 느낌이다. 꽃술이 전하는 속내가 이토록 다르다. 한층 밝으니 더 순해 보이고 맑다. 조그만 차이도 찾아내 다른 이름을 붙이는데 이는 왜 한 울타리 안에 두는 걸까.

 

같은 자리를 맴돌면서도 다시 보기는 이유는 꽃이 전하는 마음을 온전히 품지 못한 탓이리라. 여유롭게 눈맞춤하는 것으로 오랜 기다림의 수고를 위로 받는다.

 

차이를 분명히 하는 것은 거리를 두기 위함이 아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내대로 서로를 온전하게 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며 공존의 필요충분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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