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이라고 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먼 산 바라보듯 일부러 외면했던 꽃이 피는 곳이다. 멀기도 먼 곳이기에 마음 내기를 주저한 것이겠지만 때가 되면 만나질거라며 위안 삼기도 했다. 동강할미꽃이다.
1박 2일 일정으로 나선 길이다. 남쪽에는 안보이는 속이 노란 깽깽이풀도 실컷 보고 처녀치마의 넓은 치마를 들춰보기도 하면서 먼 길을 돌고 돌아 동강에 접어 들었다.
접첩산중, 해를 두어시간 보면 하루가 저물것만 같은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는 하늘아래를 구비구비 흐르는 강이더라. 도저히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풍경이 낮설어 눈은 흐르는 강물에 맡긴 시간이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 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 든다"
강물처럼 흐르는 정선 아라리 한대목 쯤은 들을줄 알았던 동강의 시간에 보고자 했던 할미 웃음도 보고 할미 옆에서 수염 느려뜨리고 느긋하게 곁을 지키는 할아버지 수염도 만져보았다.
불원천리 달려온 동강에 섬진강을 생각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는 모른다. 끝내 아라리는 듣지 못했고 남쪽 이방인의 시간은 짧기만 했다.
먼길 청해주고 기꺼이 시간을 함께해준 꽃친구 평상 선생님의 마음으로 가능했던 봄날이 더없이 포근했다. 함께 한 이인환 선생님의 사진으로 동강의 시간을 다시 더듬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