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춘探春

"매화는 얼음이나 백옥 같은 자태와 맑고 매운 절개가 있다. 나는 매화가 처사와 매우 닮아 있어 매우 사랑하였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날이 차고 봄이 늦게 오기 때문에 매번 섣달이 되어서도 꽃이 필 생각은 적막하기만 하였으니, 여러 다른 꽃들과 별로 다른 것이 거의 없어 내가 실로 이를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화분을 옮기고 방안에 넣어두어, 시를 짓고 술을 마시는 사이에 그와 더불어 몇 년을 지낸 다음에야 꽃이 일찍 피고 늦게 피는 것이 나에게 달려 있게 되었고, 이른바 납매臘梅라는 것도 종종 있게 되었다."

 

*홍태유의 조고매문弔枯梅文(말라죽은 매화를 애도하는 글)이다. 매화에 대한 지극정성이 상상을 뛰어 넘는다.

 

탐매探梅에 나선 이들의 이야기가 그림과 글로 남아 전해져 온다. 눈 내린 들판에 나귀 타고 가는 모습이나 매화 핀 초가집에 창을 내고 밖을 보는 모습이나 '매화는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말에 의지한 선비들의 정신이 담긴 글들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강희안의 '양화소록'에는 매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가득하다. 고매ㆍ설중매ㆍ도심매 등 지금은 거의 알 수 없는 매화 종류부터 매화분을 기르는 방법과 매화분을 방으로 들이거나 물을 데워서 주거나 하면서 꽃을 일찍 피우는 방법까지 옛사람들의 매화에 들인 정성이 가히 상상을 넘어선다.

 

섬진강에 매화 피면 보자던 벗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흡족하게 내리는 봄비와 더불어 강을 따라 부춘골로 길을 나섰다. 안개 낀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봄 기운이 그곳은 이미 봄 한가운데 있었다.

 

섬진강가 숨겨두고 싶은 곳에서 느긋한 시간을 함께 한다. 강을 배경으로 꽃핀 고매古梅에 물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넉넉한 자연을 품고 한 시절 넋놓고 지내도 좋을 곳이다. 간혹 찾아 마음에 선물하고픈 곳이다.

 

다소 어수선한 세상이라 밖으로 나서길 꺼려할 수밖에 없고 사람 모이는 곳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문 밖으로 나서길 권한다. 매화 핀 강가나 한적한 산길을 걸어보며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시우時雨, 단비다.

벗과 더불어 오는 봄을 한발 앞서 마중가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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