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人夜聽木鷄聲 석인야청목계성"

별편지

이 저녁 당신께 물방울 하나만큼의 고요를 드리기 위해
혼자서 진천 보탑사에 다녀왔습니다.

"돌사람이 밤에 나무닭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이 구절을 보려고요.
눈부신 햇볕이 내리는 뜨락에 누군가 돌사람 하나를 앉혀놓았더군요.
'금강경'에 나오는 이 구절의 뜻을 가만히 헤아리노라면,
춥고 그늘진 계곡 속 작은 돌맹이 하나가 아득히 먼 별을 향해 손을 내미는
그 간절함이 떠오르곤 합니다.

서구적인 신학의 문제가 무냐 전체냐를 전제로 한다면 돌사람이 귀 기울이는
나무닭의 울음소리야말로 고요의 경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리산 화엄사 사사지석탑에 갇힌 돌사람도
지금 여전히, 마주한 또 다른 돌사람을 향해
온몸을 내던지고 있겠지요.

우리 만날 날이 영영 오지 않을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 마음 하나 생겨나서 당신을 향했으니 행복했다, 싶습니다.
어느 광년이 지난 후에 당신은 이 편지를 읽고 살짝 미소지을까요.

이만 총총

*손종업의 산문집 "고요도 정치다'에 나오는 글이다. 쉬엄쉬엄 읽어가면서도 되돌아 오길 반복하다가 아애 발목을 붙잡힌 곳이다.

추위 속에서서도 계절을 봄으로 이끄는 생명, 변산바람꽃이 바위틈을 비집고 올라왔다. 멀리두고서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와 닮았을까. '고요'의 경지를 엿보는 중이라고하면 억지를 부리는 것일지라도 그 고요 속에 머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