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봄, 한낮

치자향 흐드러진 계단 아래 반달이랑 앉아
하염없이 마을만 내려다본다
몇 달 후면 철거될 십여호 외정 마을
오늘은 홀로 사는 누구의 칠순잔친가
이장집 스피커로 들려오는
홍탁에 술 넘어가는 소리,
소리는 계곡을 따라 산으로 오르지만
보지 않아도 보이고
듣지 않아도 들리는
그리운 것들은 다 산 아래 있어서
마음은 아래로만 흐른다
도대체 누구 가슴에 스며들려고
저 바람은 속절없이 산을 타고 오르느냐
마을 개 짖는 소리에
반달이는 몸을 꼬며 안달을 하는데
나는 어느 착한 사람을 떠나 흐르고 흐르다가
제비집 같은 산중턱에 홀로 맺혀 있는가
곡진한 유행가 가락에 귀 쫑긋 세운 채
반달이보다 내가 더 길게 목을 뽑아 늘인다

*박규리의 시 '봄, 한낮'이다. 누군가가 그리워하는 산 아래 사는 이들은 늘 산 위를 바라다 보며 한숨 짓는다. 산벚꽃 피는 때를 기다려 산에 오르는 까닭이다.

"그리운 것들은 다 산 아래 있어서 // 마음은 아래로만 흐른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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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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