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분梅花盆을 들였다. 년초 섬진강에 매화 피었다는 소식에 기꺼이 길을 나섰다가 구해온 매화분梅花盆이다.

부풀어오르던 꽃봉우리의 속내가 보일즈음에서야 홍매란 것을 알았다. 마침내 핀 꽃이 과하지 않은 속내를 드러낸다. 겹으로 피어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더 부끄러운듯 수줍은 자태가 역역하다.

聞道湖邊已放梅 문도호변이방매
銀鞍豪客不會來 안혁호객부증래
獨燐憔悴南行客 독련초췌남행자
一醉同君抵日頹 일취동군저일퇴

듣자하니 저 호숫가에 매화 이미 피었으나
흰 안장 호방한 객이 아직 오지 않았다오
가엾어라 초라한 이몸 남으로 가는 길이니
임과 함께 한번 취해 저무는 것도 모르련다

*퇴계 선생의 매화 시 8수 중에 두번째 시다.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고향 안동으로 귀향할 뜻을 굳히고 한강변 망호당望湖堂에서 쓴 시라고 한다.

‘매화분에 물 주거라’는 선생의 마지막 말이 담고 있는 의미를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선생이 뜻을 두고 매화분을 가꿨던 마음자리 한구석을 짐작만할 뿐이다.

유독 곱던 매화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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