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청매화

다른 길은 없었는가
청매화 꽃잎 속살을 찢고
봄날도 하얗게 일어섰다
그 꽃잎보다 푸르고 눈부신
스물세살 청춘
오늘 짧게 올려 깎은 머리에서
아직 빛나는데
네가 좋아하는 씨드니의 푸른 바다도
인사동 네거리의 생맥주집도 그대로다
그 사람 떠나고 다시 꽃 핀 자리마저 용서했다더니
청매화 꽃잎 꿈결처럼 날리는, 오늘
채 여물지도 않은 솜털들을
야무지게 털어내다니
정말 다른 길 없었느냐
새벽이면 동학사로 떠날
이른 봄 푸른 이끼 같은 아이야
여벌로 더 장만한 안경과
흰 고무신 한 켤레 머리맡에 챙겨놓고 잠든
너의 죄 없는 꿈을 마지막으로 쳐다보다
눈부시도록 추울 앞날을 위해
이 봄날, 떨리는 손으로 투툼한 겨울 내복 두 벌
가방 깊숙이 몰래 넣었다

*박규리의 시 '청매화'다. 비로소 봄날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다소 더디더라도 잊지 말아야할 의식이다. 봄의 문턱을 넘는 마음자리에 무엇을 놓아야 할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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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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