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소망이던 붓을 잡았다. 13회차, 부자연스러운 몸으로 길지 않은 수업을 짧지 않게 보냈다. 그 과정을 이수한 기념으로 붓이 하나 생겼다.
매일 붓을 잡는다. 책장 앞에 작은 서안을 놓고 주변에 먹물과 벼루를 대신할 접시를 놓았다. 우연하게 얻은 큰벼루를 둘 곳이 마땅찮은 이유지만 맞춤한 접시니 그것으로도 되었다. 서안 위에 종이를 놓고 문진으로 있는 누른 뒤 붓을 드는 그 순간의 단정함이 좋다.
받아둔 채본이 제법 되니 앞으로 일용할 양식인 샘이다. 손과 붓이 친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과정을 낙으로 삼기로 했으니 순리에 따르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