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와온 바다

해는
이곳에 와서 쉰다
전생과 후생
최초의 휴식이다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이야기다
구부정한 허리의 인간이 개펄 위를 기어와 낡고 해진 해의 발바닥을 주무른다

달은 이곳에 와
첫 치마폭을 푼다
은목서 향기 가득한 치마폭 안에 마을의 주황색 불빛이 있다

등이 하얀 거북 두마리가 불빛과 불빛 사이로 난 길을
리어카를 밀며 느릿느릿 올라간다

인간은
해와 달이 빚은 알이다

알은 알을 사랑하고
꽃과 바람과 별을 사랑하고

삼백예순날
개펄 위에 펼쳐진 그리운 노동과 음악

새벽이면
아홉마리의 순금빛 용이

인간의 마을과 바다를 껴안고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곽재구의 시 '와온 바다'다. "해가 이곳에 와 쉬고, 달이 이곳에 와 첫 치마폭을 푸"는 때는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었을 것이다. 하여 "해와 달이 빚은 알"인 모두는 겨울 와온 바다와 눈맞춤 해야한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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