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2020. 12. 3(목)~16(수)
ㆍ갤러리 107
전남 곡성군 곡성읍 중앙로 107
*前無後無
앞도 없고 뒤도 없다
나아가고 물러설 곳도 소용이 없다
지금 이 순간만이 세워진 송곳 같다
존재는 늘 불안하고 위태롭다
그 흔들리는 흔적들이 쌓여 무늬를 만들고
궤적을 남긴다. 그러나 그뿐,
馬耳에 스쳐지나는 봄바람이다
그냥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그냥 살아 간다
특별할 것도 그리울 것도, 딱히 할 말도 없다
벗이 찾아오면 반갑고 졸리면 잠을 잔다
가끔 그대 웃음이 하얗게 빛날 때
물든 가을 여뀌꽃 한줌 꺾어 화병에 담으면
살며시 심쿵거린다
깊어지는 것들은 갇히기 쉽고
부서지는 것들은 흩어져버리기 쉽다
그만큼 만, 이름 모를 들꽃 그 모양만큼만
살아 내기로 한다
좋은 말도 다 하지 않기로 한다
말을 줄이니 분주함이 줄어들고
분주함이 줄어드니 사유가 가볍다
선량한 바람이 어께에 인다
보풀 같은 작은 그리움들,
아직 넘기지 못한 미련들이 토해놓은, 어줍잖은 작품들이다
제현의 아량과 가호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