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날이다. 한 이틀 비오고 흐려 기운을 빼놓더니 이를 만회라도 하듯 따스한 볕이 뜰에 가득하다.
제법 시간이 흘렀다. 한팔의 부자연스러움이 주는 어색함이 일상에서 머물더니 그것도 익숙해질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찾아온 무력감에 몸도 마음도 붙잡히더니 움직임의 반경을 좁혀온다. 이를 애써 모른척하며 붓을 들어 그리는 것인지 쓰는 것인지도 모를 글자를 종이에 옮기는 시간만 늘어간다.
어느덧 팔의 움직임에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주어진 물리적 시간이 다 채워져감을 느끼지만 일상을 지배하는 무력감 역시 무게를 더하고 있다.
생명을 다했다고 보여지는 저 나무는 어떨까. 새순을 내며 무수한 시간을 살아왔고 더이상 낙엽을 떨구지 못한 채 살아온 시간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나로써는 쓰러져 땅으로 돌아갈 나무의 남은 시간도 가늠할 수 없다.
여전히 살아서 꿈틀대듯 보이는 저 나무의 힘은 어디로부터 연유한 것일까. 제 성질대로 키를 키우고 가지를 펼치며 살다 어느덧 다 내어주었다. 그러고도 남은 일생을 묵묵히 감당해가는 나무의 위로가 따뜻하고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