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시인이 되어

내 어쩌다 시인이 되어
이 세상길 혼자 걸어가네

내 가진 것 시인이라는 이름밖엔 아무것도 없어도
내 하늘과 땅, 구름과 시내 가진 것만으로도 넉넉한 마음이 되어
혼자라도 여럿인 듯 부유한 마음으로
이 세상길 걸어가네

어쩌다 떨어지는 나뭇잎 발길에라도 스치면
그것만으로도 기쁨이라 여기며
냇물이 전하는 마음 알아들을 수 있으면
더없는 은총이라 생각하며
잠시라도 꽃의 마음, 나무의 마음에 가까이 가리라
나를 채찍질 하며

남들은 가위 들어 마음의 가지를 잘라낸다 하지만
나는 풀싹처럼 그것들을 보듬으며 가네
내 욕망의 강철이 부드러운 새움이 될 때까지
나는 내 체온으로 그것들을 다듬고 데우며 가네

내 어쩌다 시인이 되어
사람과 짐승, 나무와 풀들에 눈맞추며
맨발이라도 아프지 않게
이 세상길 혼자 걸어가네

*이기철의 시 '어쩌다 시인이 되어'다. 혼자가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누구든 무엇 하나라도 가슴에 품고 산다. 그것이 가슴에 온기로 남아 혼자가 아닌 세상을 산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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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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