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후 깊어가는 가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예상과는 다른 의사 선생님의 말로 다소 허탈한 마음을 또한 다독여야 했다. 여문 단풍 잎이 여전히 나무를 붙잡고 있는 고개를 넘고 국도변에서 감과 사과를 파는 농부의 마음까지 담고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산을 넘는 그림자의 분주함이 발걸음을 재촉한다지만 붉어진 나무를 품어 함께 붉어진 물그림자를 외면할 수가 없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위태로움 보다 더 조심스러움으로 건네는 마음자리들이 조그마한 호숫가를 서성이고 있다. 백학봉의 속내를 짐작이라도 한다는듯 다독이는 잔물결이 오히려 크게 운다.
시간을 겹으로 쌓아가는 건물과 세월의 무게감을 온몸으로 품고 있는 갈참나무를 닮아 나이테를 곱게 새겨가는 사람을 두고 느린 걸음을 걸었다.
백양사에 두고 온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