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

창문은 누가 두드리는가, 과일 익는 저녁이여
향기는 둥치 안에 숨었다가 조금씩 우리의 코에 스민다
맨발로 밟으면 풀잎은 음악 소리를 낸다
사람 아니면 누구에게 그립다는 말을 전할까
불빛으로 남은 이름이 내 생의 핏줄이다
하루를 태우고 남은 빛이 별이 될 때
어둡지 않으려고 마음과 집들은 함께 모여 있다
어느 별에 살다가 내게로 온 생이여
내 생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나무가 팔을 뻗어 다른 나무를 껴안는다
사람은 마음을 뻗어 타인을 껴안는다
어느 가슴이 그립다는 말을 발명했을까
공중에도 푸른 하루가 살듯이
내 시에는 사람의 이름이 살고 있다
붉은 옷 한 벌 해지면 떠나갈 꽃들처럼
그렇게는 내게 온 생을 떠나보낼 수 없다
귀빈이여, 생이라는 새 이파리여
네가 있어 삶은 과일처럼 익는다

*이기철의 시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다. 물들었던 낙엽이 발끝에 채이는 계절도 깊어간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러 가는 이들의 마음 속 아득한 그리움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어느 가슴이 그립다는 말을 발명했을까" 함께 걷는 길이지만 그리움은 천만갈래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