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매화'
계절마다 피는 그 많은 꽃들 중에 놓치지 않고 꼭 눈맞춤하고 싶은 꽃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라지기에 눈맞춤에 대한 갈망도 다르지만 꽃을 보고자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 한자리를 차지하는 꽃이 이 물매화다.
춥고 긴 겨울을 기다려 이른 봄을 맞이하는 마음에 매화가 있다면 봄과 여름 동안 꽃과 눈맞춤으로 풍성했던 마음자리에 오롯이 키워낸 꽃마음이 꼭 이래야 한다며 가을에는 물매화가 있다.
누군가는 벗을, 누군가는 그리운 연인을, 누군가는 살뜰한 부인을 누군가는 공통의 이미지인 아씨를 떠올린다. 유독 사람받는 꽃이기에 수난을 당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때를 놓치지 않고 피어 눈맞춤할 기회를 준다.
꽃에 투영된 이미지 역시 제 각각이다. 이제 이 꽃은 오매불망으로 계절이 네번 바뀌는 동안 다섯번의 청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흥쾌히 자리를 마련해준 이의 눈망울로 기억될 꽃이다. 서리 내리고 눈 올때 까지도 많은 꽃들이 피고지겠지만 올해 내 꽃놀이의 백미는 여기에서 방점을 찍는다.
불편한 몸이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 했다. 구불구불 산길을 운전하기엔 역부족이라 귀한 손을 빌려 한 꽃나들이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까지 남모를 설렘을 간직하고 있었고 시간을 내준 이에게 자랑하듯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다 허사로 돌아가는 허망함을 어쩌랴. 그 많던 물매화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아껴두고 오래보고 싶었던 그곳의 물매화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첫서리 내린 날, 못내 아쉬운 마음에 물매화를 떠올려 본다. 사진은 지난해 그곳 물매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