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오래된 엽서

오래된 어제 나는 섬으로 걸어 들어간 적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엽서를 썼다. 걸어 들어갈 수 없는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뭍으로 걸어나간 우체부를 생각했다.

바다가 보이는 종려나무 그늘에 앉아
술에 취해 걸어오는 청춘의 파도를 수없이 만나고
헤어졌다, 그러나 단 한 번 헤어진 그 사람처럼 아프지 않았다.

섬 둘레로 저녁노을이 불을 놓으면
담배를 피우며 돌아오는 통통배의 만선깃발, 문득
돌아오지 않는 그 사람이 걸어간 곳의 날씨를 걱정했다.

아주 오래된 그 때 나는 섬 한 바퀴 걸었다. 바다로
걸어가는 것과 걸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다 잠든 아침
또 한 척의 배가 떠나는 길을 따라 그곳을 걸어나왔다.

아주 오래된 오늘
오래된 책 속에서
그 때 뭍으로 걸어갔던 그 엽서를 다시 만났다.
울고 있다. 오래된 어제 그 섬에서 눈물도 함께 보냈던가.

기억 저 편 묻혀 있던 섬이 떠오른다. 아직 혼자다.
나를 불러, 혼자 있어도 외로워하지 않는 법을 가르치던 그 섬
다시 나를 부르고 있다. 아직도 어깨를 겯고 싶어하는 사랑도 함께.

*안상학의 시 '오래된 엽서'다. 무르익어가는 가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느라 나날이 차가워진다. 그 사이에 엽서 한장 건네도 좋을 틈은 있기에 가을 볕을 놓치지 않아야 하듯 마음을 전하는 일도 놓치지 말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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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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