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다. 이곳 볕은 바늘끝 같은데 산 너머에서는 물난리로 암울함을 전한다. 장마가 잘라가버린 여름이 이내 끝나버릴 수도 있겠다는 성급한 생각이 든다.
노랗게 물들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껏 부풀어 올랐다. 결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지만 나는 황금빛으로 빛나던 꽃보다 이 열매를 더 기다렸다. 땡볕에 온실 효과일지도 모를 공간에서 여물어갈 내일을 향한 꿈에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8월, 한낯 열기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 반가우면서도 주춤거리는 사이 거침없이 파고들어 오는 열기에 속절없이 당하고 만다. 땡볕도 제 기세를 주체하지 못하는듯 비틀거린다. 이렇게 날뛰는 것은 갈 때가 얼마 남지않은 몸부림이라는 것을 스스로 아는 까닭이다.
염덕炎德이라며 세상을 보듬었던 조상들의 마음자리는 책 속에서만 머물고, 산 너머 비 소식은 안타까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