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뒤끝이 깊고 무겁다. 고온에 습기를 더하니 숨 쉴기 틈이 비좁다. 어디라도 볕 들 구멍은 있다던가. 그나마 더디게 산을 넘어와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한줌 바람이 반갑다.

사각거리는 댓잎소리를 반기는 마음보다 틈을 노리는 모기를 쫒는 손짓이 분주하다. 어둠의 깊이 만큼이나 무거운 습도가 지배하는 곳, 때를 놓치지 않고 세상 구경 나온 생명들의 신비를 만나는 시간은 빠르게만 흐른다.

돌아다 본 길이 낯설다. 정작 속에 들어있을 때는 알지 못하다가 틀을 벗어나 보니 안의 시간이 아쉽다. 그 아쉬움으로 지나온 시간은 붙잡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다가올 시간을 목마름으로 기다린다.
하여, 늘 '지금, 이 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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