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으로'
저절로 피고 지는 것이 있을까?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견디면서 이겨나가야 비로소 때를 만나 꽃을 피울 수 있다.
잎 위로 꽃 잎 하나를 떨구는 일이 어디 저절로 이뤄지는가. 보내고 나니 비로소 남는 것으로 다음을 예약한다. 품어야 할 무엇을 안고 있는 일은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운명과 맞서는 일 일지도 모른다.
여름이 여름같지 않아도 꽃은 피고 열매까지 맺었다. 다소 싱거운 여름을 탓하기에는 아직 남은 시간이 많다. 지나온 아쉬움 보다 앞으로 펼쳐질 기대감에 주목 한다. 연밥이 연실을 여물게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기다림이란 지극한 그리움을 가슴 속 가득 쌓아두는 일이다. 하여, 이 또한 수고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아프고 시리며 두렵고 외로운 이 긴 수고로움이 가득차면 은근한 맛을 품은 열매로 익으리라.
비가 여름날의 중간을 싹둑 잘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