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蓮花
贈遺蓮花片 증유연화편
初來灼灼紅 초래작작홍
辭支今幾日 사지금기일
憔悴與人同 초췌여인동

보내주신 연꽃 한송이
처음에는 눈부시게 붉더니
가지에서 떠난 지 이제 며칠이라고
시든 모습이 사람과 같네

*조선시대를 살았던 성현이 지은 용재총화에 실린 시로 고려 충선왕과 중국여인의 슬픈 심사를 담았다. 연꽃의 붉은마음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나에게 연꽃은 충선왕의 애달픈 사랑도 아니고 불교의 윤회도 아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희거나 혹은 붉은 꽃잎에서 번지는 향기처럼 세파에 휘둘러지면서도 가까스로 중심을 잃지않으려는 사람의 여리디여린 마음으로 이해한다. 잔잔하지만 끊이지않고 피어나는 향기다.

도시 생활을 접고 한적한 시골마을에 터를 잡았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이지만 제법 시간이 쌓여가는 동안 여기껏 무탈하게 산다. 뒷산에 올라 꽃을 보며 멀리 동악산을 바라본다. 고만고만한 산들이 둘러싼 형세가 연꽃 핀 모양과 흡사하다. 연산 아래 그 가장자리에 잡은 터가 내 보금자리다.

난 蓮花里에 산다

*2015. 07. 05 전주 덕진공원 연꽃을 보고 온 날로부터 시작된 '꽃에기대어'가 오늘로 5년째다. 그동안 펼쳐놓은 심사를 추스릴때 가 되었다고 생각하나 머뭇거는 것은 실은 엄두가 나지않기 때문이다. 첫발을 내딛고 여기까지 왔듯이 첫시도가 중요하니 이제는 무엇이라도 해야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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