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과 먹줄
"선비는 마음을 거울처럼 밝게 하고, 몸 단속을 먹줄처럼 곧게 지녀야 한다. 거울은 닦지 않으면 먼지로 더렵혀지기가 쉽다. 먹줄은 곧지 않으면 나무가 굽게 되기 일쑤다. 마음은 밝지 않으면 욕심에 절로 가려지고, 몸에 규율이 없으면 게으름이 절로 생겨난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려면 또한 마땅히 닦아야 하고 곧게 해야만 한다."

"士子明心如鑑, 律身如繩. 鑑不磨則塵易汚, 繩不直 則木易曲. 心不明則慾自蔽, 身不律 則惰自生. 治心身, 亦當磨之直之."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열여덟 살에 쓴 무인편戊寅篇에 나오는 글이다. 무인편은 그해 겨울 삼호의 수명정에 살면서 스스로 경계로 삼고자 쓴 서른여덟 단락으로 이루어진 짧은 글 모음이다.

당시 열여덟이면 이미 성인이라고는 하지만 세배 이상의 나이를 먹은 오늘의 나와 비교하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밝고 맑은 마음으로 스스로 정한 규율에 몸의 게으름을 경계하고자 하는 일이 어찌 나이와 상관 있겠는가.

맑고 밝아 그 곱고 순박하기가 형용할 말을 찾지 못하는 함박꽃나무다. 이 꽃과 눈맞춤 하고자 산을 오르는 마음가짐으로 오늘을 산다면 아찔해진 정신을 조금이나마 다독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거울을 닦듯 마음을 닦고, 먹줄을 치듯 몸가짐을 곧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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