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를 뿌리면서 부터 시작된다. 새 순은 언제 돋는지, 하루에 얼마나 크는지, 꽃봉우리는 언제 맺히는지, 이번엔 무슨 색으로 필지, 아침이슬을 이는지, 비 무게는 견딜 수 있는지, 바람이 불때는 얼마만큼 고개를 숙이는지 혹여 가뭄에 목은 마르지는 않는지?.

꽃봉우리가 맺히고 나서부터는 키만 키우고 부실해 보이는 꽃대가, 무게를 더하며 자꾸만 부풀어 가는 꽃붕우리가, 벌어지는 꽃봉우리에서 어떤 색깔이 나올지, 활짝 핀 꽃은 며칠이나 갈지, 맺힌 씨방엔 꽃씨가 얼마나 담기는지?.

다?. 감당할만큼씩만 스스로 키를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다는 것을 알지만 매번 잊고서 의심스런 눈길을 보낸다. 

늦둥이 개양귀비가 절정에 이르렀다. 꽃술의 품에 안겨 속내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씨방에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다.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숙명이다.

다음 생은 이 생과 떨어져 있지 않고 내일이 오늘 이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려고 내게 왔나보다. 어제와 내일이 오늘 이 순간에 공존한다. 

미래가 궁금하거든 오늘의 나를 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