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산에 올랐다. 하늘다리가 생기기 전부터 제법 유명세를 타던 산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끓이지 않은 곳이다. 일찍나선 길이라 한가로운 숲길 때죽나무 꽃그늘 아래서 꽃향기에 취해있는데 한무리 등산객들의 소란스러움으로 고요함에서 깨어났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꽃그늘, 향기에는 관심이 없고 시끄러운 말소리와 분주한 발걸음에 치일뻔 했다. 인파를 피해 내려선 계곡에서 꽃무덤을 발견하고 어수선했던 마음에 쉼의 시간을 더한다.

處陰以休影 처음이휴영
處靜以息迹 처정이식적
그늘에 들어가야 그림자가 쉬고
고요한 데 머물러야 발자국이 쉰다

*장자 잡편 어부장에 나오는 문장으로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주유천하 길의 공자를 타이르는 내용이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림자影와 발자국迹은 열심히 뛸수록 더 따라붙는다. 그늘에 들어가야 그림자가 쉬고, 고요한 데 머물러야만 발자국이 쉰다."

분주하게 물을 따라 내려오던 꽃잎 하나가 소용돌이를 벗어나 그늘에 들었다. 물도 쉬어가고자 틈을 찾아 멈추는 곳이다. 마침 나뭇잎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멈춘 꽃에 주목하니 속도를 멈춘 이유가 드러난다. 비로소 꽃이 쉼의 시간에 들어선 것이다.

내 그림자도 덩달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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