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의 벗은 그 덕을 벗한다. 뜻을 함께 하는 이가 벗이요, 도를 함께 하는 이가 벗이다. 곧으면 벗하고 믿음직하면 벗하며, 들은 것이 많으면 벗하고 자기보다 나으면 벗한다. 한 고을을 벗하되 부족하면 한 나라로 가고, 한 나라로 가서 부족하면 천하로 간다. 천하로 가서 부족하면 이에 천고의 역사를 거슬러 가서 벗을 삼는 상우천고尙友千古에 이르게 된다. 군자가 벗을 취함은 그 방도가 넓다 하겠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되지 않는다. 여러 품종의 화훼 중에서 한 가지 덕이라도 취할 만한 것이 있어 받아들일 만하면 옛시인과 묵객들은 또한 그 향기를 맡고 그 맛과 냄새를 함께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굴원의 난초와 왕휘지의 대나무, 도연명의 국화, 임포의 매화가 모두 이러한 식물이다. 마음에 통하고 뜻에 들어맞았다.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절친하고, 끈끈한 정이 있어 의기투합하는 이상이었다. 정신이 융화되며 정기가 서로 통하여 사람이 식물이 되고 식물이 사람이 되며, 저것이 내가 아니고 내가 저것이 아니라는 것조차 알지 못하여 절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유계 김수증 깨끗한 벗의 집 정우정의 기문이다. 연못을 파고 연꽃을 가득 심은 다음 그 곁에 정우당을 세운 일을 두고 식물을 벗으로 삼는 이유를 설명한 글이다.

현실에서 마음에 드는 벗을 만나지 못하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 책 속에서 벗을 찾고 여기에서도 찾지 못하면 자연을 벗으로 삼는다. 식물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식물이 될 정도로 절친한 벗이 될 수 있다고 했으니 꽃에 미친듯 보이는 것도 다 이해가 된다.

봄을 부르는 풀꽃들이 만발하다. 봄이 무르익으면 나무꽃들이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나들이도 늘고 이를보는 다른 이들의 불편한 시선도 늘어난다. 꽃도 몸살이고 사람도 함께 몸살이다.

혹, 꽃을 찾아 산과 들로 다니는 이들의 속내가 옛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자기합리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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