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봄비다.
내리는 모습은 얌전하지안 그 소근거림은 맑고 밝다. 대지가 꿈틀대도록 생명수를 나르는 틈을 내는 비라서 유난 떨 이유가 없을 것이다.
늦가을 옮겨놓은 나무에도 물이 오르겠다. 옮긴 나무를 무리다 싶을 정도로 가지를 잘라냈다. 부대끼지 말고 뿌리를 내리라는 나름 배려였는데 용케도 꽃봉오리를 맺었다. 한동안 꿈쩍도 않아 보이더니 드디어 문을 연다. 나름 잘 건너온 겨울일 것이라 여기기에 나무 옆에서 안도의 숨을 쉰다.
늦다 빠르다 하는 야단법석은 사람의 몫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늦거나 혹은 빠를지라도 빼먹지 않는 것이 자연이다.
옆의 청매와 비슷한 때에 꽃문을 열었으나 청매가 급한 성질을 그대로 보이며 서둘러 피는 것과는 달리 홍매는 급할 것 없다는 듯 느긋하다. 이미 붉디 붉은 속내를 내보였으니 다음은 그대 몫이라는 느긋함인지도 모르겠다.
겨울동안 나무를 찾았던 주인의 발자국 소리가 봄을 앞당겨 불렀다는 것을 매화는 알까. 피었으니 지는 날까지 아침 저녁 눈맞춤으로 그 정情을 나눌 것이다.
모월흑매慕月黑梅 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