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다.
"기다림은 세상을 보는 눈을 찾는 일이다." 최준영의 책 '동사의 삶'에 나오는 문장이다. 틀에 얶매이지 않고 본질로 다가가는 시각이 새롭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는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을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과 함께 떠올려 본다. 누군가를 몹시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만이 아는 무엇을 이야기 한다. 그 중심에 그리움이 있다. "너였다가/너였다가,/너 일 것이었다가"

주어진 소임을 다하고 온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무를 떠난 단풍나무 잎에 햇볕이 들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고스란히 내어주어야 가능한 내일을 기약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몸짓에 햇볕이 보내는 응원이라고 이해한다. 나뭇잎을 사이에 두고 한참 동안 나눈 볕과의 눈맞춤 속에는 나무가 펼칠 내일과의 만남이 있다.

시간을 들여 지켜보는 그 중심은 기다림이다. 스스로를 버리고 다음을 기다리는 나뭇잎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감정의 교류다. 봄이든, 희망이든, 시간이든, 너이든?. 다른 무엇을 담아 기억하고, 보고, 찾고, 생각하며 내 안에 뜸을 들이는 일이 기다림이다. 그렇게 공구한 기다림 끝에는 새로이 펼쳐질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있다.

꽃을 볼 기회가 궁한 때다. 안 보이던 곳이 보이고 미치지 못했던 것에 생각이 닿는다. "기다림은 세상을 보는 눈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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