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딱취를 보고자 길을 나섰다. 정작 보고 싶은 것은 멀리두고 애둘러 갔던 대숲이다. 아껴두고 오래보고 싶은 간절함이 본 바탕이지만 마주하는 순간까지 누릴 수 있는 묘한 설레이는 기분을 더 느끼고 싶은 마음이 더딘 발걸음을 샛길로 이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크는 소나무와 그 곁에서 키재기하듯 자라는 맹종죽이 어우러진 숲은 샛길로 들어섰다는 생각을 잊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모습을 감춰두고 있다. 

시원스럽게 뻗어 올라간 대나무의 리듬을 게슴츠레한 눈길로 쫒아가면서도 살결을 만지던 손이 톡톡 두둘겨 소리까지 탐한다. 그것도 모자라 얼굴보다 더 큰 몸통에 바짝 귀를 대고 숨소리까지 엿듣는다.

먹이를 잡기 위해 몸의 언어로 걸쳐놓은 그물에 무엇이 걸릴지 알지 못하듯 애둘러 가던 더딘 걸음이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마음의 소리에 쭞겨 옮기던 발걸음이 다시 붙잡혔다.

촘촘한 대숲을 파고드는 빛이 거미줄에 걸렸다. 걸린 빛이야 주인이 집을 비웠으니 민망할 것도 없지만 대상을 보기 위해 애둘러가던 발걸음이 대숲에 붙잡혔으니 무색하긴 피차일반이다. 보는 이도 없지만 쑥스럽게 웃으며 대밭을 벗어난다.

좀딱취에 대한 설렘을 충분히 누렸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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