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저 능소화

주황 물 든 꽃길이 봉오리째 하늘을 가리킨다
줄기로 담벼락을 치받아 오르면 거기,
몇 송이로 펼치는 생이 다다른 절벽이 있는지
더 뻗을 수 없어 허공 속으로
모가지 뚝뚝 듣도록 저 능소화
여름을 익힐 대로 익혔다
누가 화염으로 타오르는가, 능소화
나는 목숨을 한순간 몽우리째 사르는
저 불꽃의 넋이 좋다
가슴을 물어라, 뜯어내면 철철 피 흘리는 
천 근 사랑 같은 것,
그게 암덩어리라도 불 볕 여름을 끌고
피나게 기어가 그렇게 스러질
너의 여름 위에 포개리라

*김명인의 시 '저 능소화'다. 여름이 무르익어가는 때 능소화는 기다림의 꽃을 피운다.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시드는 것이 간절한 그리움의 넋이 스며든 까닭은 아닐까. '천 근 사랑 같은' 담장에 피고지는 능소화와 이 여름을 함께할 것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장미축제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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