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재주 없어 나만 홀로 한가롭다'
-안대회 저, 산처럼

"옛 시인들의 숱한 한시집들과 그에 관련된 자료들 중에서 시인이 살아가면서 겪은 희로애락을 시인만의 절실한 체험으로 녹여낸 작품을 가려 뽑아 모은" 152편의 한시에 해설을 붙였다.

閒中 한중

墻角槐花灑地斑 장각괴화쇄지반
晴空一解駁雲頑 청공일해박운완
人方偃臥羲皇上 인방언와희황상
月亦徘徊斗牛間 월역배회두우간
天外無邊東海水 천외무변동해수
人間何處漢陽山 인간하처한양산
有才豈有不忙客 유재개유불망객
惟喜無才我獨閒 유희무재아독한

한가하다
담 모퉁이 회화나무는 땅바닥 여기저기 꽃을 뿌리고
억세던 구름장이 걷혀 하늘도 모처럼 활짝 갰다
태평성대 사람인양 비스듬이 누워 보니
남쪽 하늘 별 사이로 달도 함께 배회한다
하늘 밖이라 끝없이 동해바다 넘실대니
이 세상 그 어디에 서울이란 데가 있나?
재주 있는 사람 치고 바쁘지 않은 이가 있던가?
다행이도 재주 없어 나만 홀로 한가롭다

*조선 영조 때 문인인 홍신유(洪愼猷1724-?) 의 시다. 이 책의 저자 안대회 선생님의 번역이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찾아보았다. 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을 '대신 읽어 주는 이'들이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동서양의 옛그림이 그렇고, 음악이 그렇고, 건축물이 그렇고, 나무와 풀이 그렇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문 고전이다. 대신 읽어주는 이가 없으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분들의 수고스러움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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