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팔월의 비가 무겁게도 내린다. 채우지 못한 무엇이 그리 많은 것일까. 필사적으로 무엇인가를 채워야만 하는 의무를 가진 것처럼 일삼아 퍼붓듯이 비가 온다.

가을이 오는 소리인가? 
결실의 때라 과하면 안되는데 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앞서 반가움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쏟아 붓기만 하는 것이 미안한지 가끔 뿌연 하늘이 틈을 내어 햇볕을 보내주기도 한다. 가을을 불러오는 몸짓치곤 다소 거칠다. 

가을 빛을 품은 열매가 오는 비를 고스란히 견디고 있다. 여름 가뭄에도 굴하지 않고 키워온 간직하고자 스스로 부풀어 올라 품에 안았다. 이미 가을로 물들었기에 제 빛을 잃지 않는다. 

가을은 소리보다 색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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