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칸의 비둘기 집
집에서 기르는 비둘기는 여덟 종류가 있다. 첫째는 온 몸이 흰 전백全白이고, 둘째는 몸이 희고 꼬리가 검으며 머리가 검은 점이 있는 점오點烏이며, 셋째는 붉은 몸에 꼬리가 흰 자단紫丹이고, 넷째는 몸이 희고 머리와 목이 검은 흑허두黑虛頭이며, 다섯째는 흰 몸에 머리와 목이 자줏빛인 자허두紫虛頭, 여섯째는 흰 몸과 붉은 목 그리고 날개 끝에 두 줄의 붉은 점이 있는 천앙백天仰白이고, 일곱째는 몸은 검고 꼬리가 흰 흑층黑層, 여덟째는 갈색의 날개 끝에 두 줄의 금색 점이 있는 승僧이다.
여기에 실점오, 자점오, 다대점오, 흑허미, 자허미, 흑승, 고달전항백, 자어농, 흑어농, 가치어농, 자관자, 흑관자, 자휘항, 흑휘항, 덕거머리가 있다.
별칭으로는 긴두고, 무은, 모외, 마리, 장도리 등 다섯가지가 있으며, 부리는 희고, 눈은 노란빛이 좋다. 목은 크고 꼬리는 깃털이 풍부해야 한다. 날개는 깃털이 많아야 한다. 눈자위는 불쑥 솟아야 한다.
*이는 모두 집비둘기에 대한 이야기다. 조선시대 유득공(柳得恭, 1749~?)의 발합경鵓鴿經은 관상용 집비둘기에 관한 잡다한 기록들을 모아 놓은 책으로 비둘기의 품종, 교배, 성질 등 온갖 내용이 담겨 있다.
18~19세기 조선의 선비들이 화훼벽花卉癖이나 서치書痴니 하는 취미활동이 요란스럽게 유행했다. 그중에 앵무새나 비둘기를 키우는 것도 들어있었다. 선비라고 하면 의례껏 따라는 선입견이 깨지는 대목이다. 기르는 비둘기를 위해 여덟칸의 집을 만들어 놓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을 선비의 얼굴이 얼핀 스친다.
반면, "인가에 들어가 알록달록한 비둘기들이 지붕 꼭대기에 줄지어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문득 주인의 품위가 열 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비판 한 이옥 같은 사람도 있었다.
그림은 가회민화박물관이 소장한 민화 화조도다. 다정한 비둘기의 모습에서 사람 살아가는 정을 느끼고자 한 것은 아닐까.
산과 들로 꽃을 찾아다니는 꽃쟁이들을 비롯하여 현대인들이 자신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심신의 안정과 즐거움을 찾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