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붓, 설화지雪花紙, 죽청지竹淸紙, 해주의 유매먹油煤墨, 남포藍浦의 오석연烏石硯을 최고로 치는데, 근래에는 위원渭原의 자석연紫石硯을 많이들 쓴다."
여기에 더하여 서가, 책상, 문갑, 필통, 필가, 필모, 필세, 묵상, 서진, 지통, 연상, 연병, 연적, 서판 등이 있다.
"무자년 6월 그믐에 내가 윤병현尹秉鉉, 유금柳琴, 박제가와 함께 몽답정夢踏亭에서 쉬면서 참외 13개를 깎았다. 박제가의 소매를 뒤져 흰 종이를 얻고 부엌에서 그을음을, 냇가에서 기왓장을 얻었다. 시를 다 짓자 붓이 없기에 나는 솜대 줄기를 뽑아오고, 윤병현은 '운부韻府'의 낡은 종이로 노를 꼬고, 유금은 돌배나무 가지를 깎고, 박제가는 부들 순을 씹어 붓을 만들어서 연꽃 향기, 매미 소리, 폭포 물방울 속에서 쓴다."
*유득공의 '경도잡지'를 해설하고 있는 진경환의 '조선의 잡지' 중에 나오는 대목이다.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다보니 김홍도의 '월하취생'에 머무른다.
선비들의 서재에 갖추어야할 문방구들의 목록이다. 펼쳐놓고 보면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한 물건들이다. 필요한 물건이라 들여놓았을 것이지만 필요한 정도와 선호도에 따라 벗 삼았던 것이 위의 문방사우文房四友 였을 것이다.
이들 물건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용도로 사용되기만 했을까. 젊잖은 선비의 눈요기와 곁에 두고 감상하는 완상물로 좋을 물건들이였을 것이다. 컴퓨터 하나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현대인의 눈에도 갖춰놓고 싶은 물건들이 제법 많다.
가난한 선비들의 풍류가 멋들어진다. 이것들과는 사뭇 다른 용도지만 내게도 책상 곁에 두고 정붙이는 물건이 몇가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