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체꽃'
가뭄에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던 여름날 남덕유산에 올랐다. 푸석거리는 산길을 따라 걷는 이의 지친 몸을 기대어 쉬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 핀 꽃이 반긴다. 높은 산에 오른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가면 기다리기라도 하듯 제 때에 핀 꽃을 보고자 한다.


제 철에 피는 꽃을 보고자 하는 마음과는 달리 발걸음은 언제나 늦거나 혹은 빠르거나다. 산을 찾은 시간이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늦었다. 주 목적이었던 솔나리는 흔적만 겨우 확인했을 뿐이지만 이내 다른 꽃들 속에 묻혔다.


그 중 하나가 이 솔체꽃이다. 여럿으로 갈라지는 가지 끝에 제법 큰 꽃봉우리를 달고 하늘 향해 하늘색으로 핀다. 안쪽과 조금 큰 바깥쪽에 있는 꽃잎과 더 작은 크기의 안쪽 꽃잎이 각각 달라서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순 우리말의 솔체꽃은 중북부 이북의 높은 산에서 자란다. 비탈진 기슭에서 우뚝 솟아 하늘 향해 핀 솔체꽃을 보고 있으면 무엇을 그리워 하는듯 보인다. 꽃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도 어느사이 꽃과 닮아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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