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남자 - 아무것도 갖지 않고 세월이 되어가는
이만근 지음 / 나비클럽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월을 비켜가고픈 남자

애써서 무엇을 이루고자하는 것이 없다그렇다고 세상을 비관하거나 달관한 것도 아니다내 삶의 중심에 다른 무엇이 아닌 ''를 놓고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그런 사람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을 곱지만은 않다.자칫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 그 곱지 않은 시선은 무의미해 진다.

 

'삶의 최소주의자'라는 글에서 멈추었다단어가 주는 심플함보다는 추구하는 바를 지키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을 마음에 우선 위안을 보내고 싶다. "아무것도 갖지 않고 세월이 되어가는"에 이르러 그 이유를 짐작한다저자는 계절과 세월의 중첩된 의미가 주는 무게감을 어떻게 담아냈을까?

 

쉬운 말로만 살고 싶습니다.”

혼자 살기를 도모할수록 공존이 가능합니다.”

내가 너에 대해 뭘 알아버린 거 같아.”

그가 뒤돌아보면 매번 들키는 나는 병신.”

혼자 있기는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들 어떤가누구나 세월이 되지 않습니까.”

 

책을 읽어가며 골라낸 문장은 우선 공감하는 것이 바탕이지만 이 공감에는 마냥 좋은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가슴 시린 격정을 이겨낸 서러움과 먼 훗날일지라도 품어야할 책임과 이를 감당하기에 버거운 마음에 무리 속에 살아가지만 늘 혼자인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의 리듬을 동반한다이는 세월의 무게를 속으로만 다독이는 손짓과 문장을 건너는 속도가 비슷해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람도물건도옷도마음도말도소설이나 시를 짓기에는 성격상 민망해서최소한의 문장만 남겨진 글들로 이루어진 책이다애초에 무엇이 되기 위해 꿈꾸지 않았던 기질이 빚은 문장은 그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런 구구절절한 해설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문장 몇을 건너는 시간이면 앞으로 펼쳐질 계절성 남자의 이야기의 폭이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다그렇다면 '삶의 최소주의자'라는 계절성 남자에게 세월은 무엇일까?

 

내가 이해하기로는 계절이 겹으로 쌓여 그 무게를 더해가는 것이 세월이다짐짓 스스로 감당할 세월의 무게감을 알아차릴 수 있는 나이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계절이 보다 명확하게 다가온다계절성 남자가 그런 의미라면 이미 목표달성에 충분히 다가섰으리라 짐작된다어쩌면 이 남자에게는 다가오는 계절은 더 이상 무게를 쌓지 않을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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