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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경쟁력이다 - 핵심경쟁력에 집중한 50년 소재 경영 이야기
이영관 지음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23년 10월
평점 :
'직장생활'.
책에서 가장 특이하게 느껴지는 표현이었다.
보통 경영자로써나 CEO로써 자신을 얘기할 때
본인의 업무를 경영이나 소통 등으로 말하지
직장생활이라 표현하는 책은 못봤었던거 같다.
처음엔 이런 사소한 부분에 의아했다가 좀더 읽다보니
저자의 철학이나 걸어온 길에서
남다르게 느껴지는 그만의 부분들은 계속 있었다.
저자인 도레이첨단소재 이영관 회장은
맡아왔던 직급에 의해 자신을 평가해 온 게 아니라
자신이 해 온 일과 과정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란 느낌들.
좋아 보였다.
연배가 한참 위인 분에게 존경이란 표현이 아닌
좋아보인다는 표현을 쓰고 싶었던 건,
흔히 셀러리맨의 신화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식의
간염을 앓으면서도 악착같은 면모로
누구보다 성공해 냈다는 그런 느낌과 다르게,
젊은 시절의 저자는 입사 동기들이나 주위 동료들에 비해
다소 늦쳐지고 한참을 뒤따라가기식 승진과정을 거치면서도,
미션처럼 맡게 된 새사업을 시행해 나가던 모습에서나
그 준비과정 중 여러 개선방향을 찾아가는 모습들에서
그냥 맡은 바 소임을 다 해나가며 그럼으로써 찾아오는
스스로의 단계단계를 차곡차곡 밟아 올라가게 된,
마치 일반 자영업자들의 성공담처럼
스스로만 알고 남들을 알기 어려울
다사다난 했던 회사업무 과정들을 보여준다.
그렇게, 느린 듯 최종적으론 누구보다 빨라지기 시작한
자신만의 성취감을 표현할 때 쯤엔,
거기서 전달되던 진솔함과 한결같은 천성은
보통의 CEO들의 자서전들보다
훨씬 밀착해 들어오는 부분들이 많았다.
거기에 도레이 첨단소재의 발전사 자체엔 자연스레
지금은 사라진 카세트 테이프나 비디오테입이 등장하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며 뒤늦게나마 최일선에 있던 당사자에게
당시 그 분야의 시장과 사업구조를 자세히 듣게 되니,
그 아날로그 시대로 관점이 회기되면서
흔히들 말하는 복고열풍의 느낌도
책안의 부록처럼 전달되는 듯한 상상도 해보았다.
이젠 지나가 버린 과거 속 문물이
마치 현실속 신소재처럼 느껴지는 사업적 생동감 같은.
당시 저자는, 외국 원재료에 의존하던
테입생산용 재료공급 구조를 질좋은 국산화로 성공해
새한미디어라는 기업의 기초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었다.
증기기관이나 전기를 발명하던 시대까지는 아니지만
저자가 자체 테입재료 생산라인을 만들 때,
전혀 상관없을 듯 하지만 공정라인 과정상
유사성이 있던 타업체들을 돌며 필요한 노하우을 수집하며,
그렇게 알게된 노하우들의 짜집기 식으로
생산설비의 가동수준을 높여나며
최종적으로 완성해 가던 시절을 듣고 있으니,
당시 신규사업 런칭을 맡았던 당시 저자는
단순 직원이 아니라 마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뛰는
절박한 개인사업자의 모습 같기도 했다.
전혀 사익으로써 움직이는게 아닌데
마치 자신의 사활이 걸린 일은 하고 있는 것처럼 몰두했다.
어쩌면 그저 맡은바 일의 '완벽함'을 이루기 위해 뛰었던 건데
남과는 다른 본인만의 진심도 느껴지고
그렇게해서 끝내 완성해 낸 모습도 생생히 책에 담겼다.
생산될 당시 테입이 롤러에 감길 때
마찰을 줄이고 밀착을 피하기 위해
탄산칼륨을 원재료에 함유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결국, 천연제품이 아닌 인공제품으로 대체함으로써
균일한 입자의 칼륨을 쓸 수 있어 해결.
글로만 전달받자면 매우 간단해 보이는 이 얘기에서도
본인처럼 그 당시 사실을 고민해 보며 상상하듯 따라가 본다면
그런 해결 하나만으로도 현장에서의 노력과 희열이
독자에게도 전달되는게 있었다.
저자는 아버지에게서 시시비비가 있을 땐 양보하라고 배웠다 한다.
차사고로 동업자 친구 4명을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그의 아버지는
그걸 실생활 속에서 실천해 보임으로써 저자에게 큰 귀감으로 남았다.
친구들의 장례를 마친 후, 사업자산들과 개인재산 모두 팔아
죽은 친구가족들에게 4등분을 해 나눠줬다는 일화에서,
당시 5등분 해 아버지 몫도 받아야하지 않느냐 물으니
난 살았는데 어떻게 똑같이 거기에 끼어 받느냐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처음엔 이게 실화인가도 싶었다.
아무리 자신의 몫을 포기한다고 해도 제로를 선택한다는 건
올바른 심지의 의한 결정이기도 하겠지만
뭣보다 그럴 수 있는 용기에 감탄했다.
바른 심성에 자신을 모든 걸 내놓고, 본인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남다른 용기가 없었다면
보통 그런 결정은 불가능 할 일 같았다.
앞뒤로 저자의 살아온 이야기가 있고
중간부분은 도레이 사업의 주력 상품들에 대한
짧은 설명과 개발과정, 전망들이 실렸는데
의외로 딱딱할 수 있던 이 부분도
쉽게 들어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 참 좋았다.
자신의 회사업무를 직장생활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영관 CEO의 작지만 선굵은 면모가 여운이 돼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