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주역 - 팔자, 운세, 인생을 바꾸는 3,000년의 지혜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강기진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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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쉽게도 50대를 위한 책이다.

근데 왜 아쉽냐고?

그건 책이 가진 좋은 내용을 50대만 주로 찾을테니까.

이미 서문에서 저자의 큰 취지를 보면, 

50대에 이르러 혹 심란한 누군가

역술에 기대지 말고 역경을 읽어보라 권하며

특정 연령대를 향한 책의 소용됨을 밝힌 바 있다.


오래 전에 아주 짧은 기간동안,

주역을 읽으며 64괘를 외우고 재밌어한 적이 있었다.

큰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저자의 책 중에 개중 주역과 관련한 책이 가장 와닿았고

그 내용을 공부처럼 찾아봐야 하거나

필요한 건 외우기도 해야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64괘 암기까지는 혼자 해봤지만 

몇회독 정도에서 주역 책 자체는

아주 기초적인 맛만 보고 끝냈다.

그럼에도 그때 생각은,

주역이 성경처럼 다가오게 되면

평생 끼고 살 사람이 많겠구나란

공부로써의 매력은 본능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더 못했던 것도 있었고.

공자의 위편삼절이란 말도 

주역이란 책내용도 훌륭해서였겠지만

그냥 좋아서라기 보다는 공부만 해온 공자의 주종목 상

결국 주역에 빠져 노년의 깨달음꺼리를 

이 책 안에서 의지하고 찾고자 했다고 난 느꼈다.

정약용이 주역에 빠진 경우도 비슷했다고 상상했는데 

어느정도 공자와 동질의 경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주역에 대한 잡설은 이 정도에서 그치고

이 책의 가치에 대해 논해보자.


뭣보다 이 책은 전혀 어렵지 않다.

저자가 이 책 말고도 다른 주역 해설서들을 낸 거 같은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책에도 욕심이 생길 수 있음을 부정할 수 없겠다.

이번 책이 매우 대중적으로 기획됐음에

당연히 내용이 쉽게 다가오고 납득가는 설명들이라지만,

이 정도의 느낌으로 주역을 자신의 언어로 풀이하는 이라면

두꺼운 주역 상하전 모두가 어떤 주역 해설서보다도

현대적이며 높은 수준이라 추측됐다.

그만큼 얇고 50대를 위한 이 책 만으로도

매우 잘 썼고 군더더기 없는 훌륭한 내용들이었기에

저자의 다른 책들까지 절로 높은 기대가 생긴다.


세부내용에 들어가보면,

운명에 대한 개략적인 얘기로 시작해

몇몇의 주역 관련 내용을 에세이처럼 풀어낸다.

'동몽'이란 단어를 주고 풀이한 내용이 

그 중 가장 기억에 새록새록 하다.


어린아이의 어리석음으로 번역됐던거 같은데

서사적 풀이에 이 단어가 요긴하게 차용되어 있었다.

혹시, 원하기 전에 먼저 조언하지 말라는 말을 들어봤나?

난 이 말을 들었을 때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마치, 받는 쪽에서 굽히며 도움을 청하기 전까진 

선심을 배풀지 말라는 냉정함으로 보였고,

다른 한편으론, 여러 경험상

이 말은 맞는 경우를 여러번 경험했기 때문에

잘된건 내탓 안되면 남탓이란 경우로도 느껴졌기에

2개의 선택 모두 개별적인 심성의 차이나

경험차이라 생각하는 정도에서 말았다.

그럼에도 성향상 둘 중,

돕는 쪽에 더 마음이 기우는 바가 크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런 선택에 대해,

현대적인 주역학자의 안목이 더해져

매우 이해되는 풀이를 붙여 놓았다.

먼저, 정(貞)해야 함을 기본 전제로 깔고,

저자는 후자의 선택을 더 옳게 판단하고 있었다.

해주고도 보람없을 선택 자체만 평가한 건 아니다.


동몽을 가진 성인이 된 왕을 예시로 세우고 설명해 나가길,

무지몽매한지 모르고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한풀 꺾인 처지가 된 왕이 됐을지라도,

남의 조언을 받아들일 생각은 

아직 부족한 사람을 왕으로 지칭하면서,

이때 그 처지가 안타까워 도움을 준다면

둘다에게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라 일깨운다.

즉, 도움이 필요한 자는 그 도움을 다 누릴 수 없을 것이고

도움을 주려한 자는 성심은 변색될 수 있음을 경계하라 한다.

어찌보면, 여전히 주려는 사람 입장에서

키를 쥐고 저울질 하는 보통 범부의 판단같기도 하겠지만,

저자의 흐름을 좀더 따라가 보면 

깊은 색다른 이유를 들어볼 수 있었다.


여기서의 최선은, 

아쉬운 게 있는 왕쪽에서 

점인에게 찾아오도록 해야한다는 것.

만약, 점인이 먼저 아직 몽매한 왕을 찾는다면

그 깨치지 못한 성정상 점인이 아쉬운게 있어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 여길것이라 했다.

그렇기에, 점인의 역할을 하는 사람 입장에선

왕이 찾아올 때까지 '인내심'을 지니고 기다려야 하며,

비로소 그렇게 찾아온 왕과의 만남이 성사됐을 때

몽매한 왕에게 필요한 조언이 될 수 있고

점인의 마음 또한 적재적시에 빛을 발하게 되리라는 해석.


이렇게 잘 풀이됐어도 결론적으론

자신의 몸을 사리는 점인 같기도 했지만,

이 부분 이외에도 책 전체에 거론되는 운명만이 아닌 

길흉회린까지 떠올리며 감안해 본다면,

반드시 일방적인 선함과 그 결론이란 없고

음양의 조화처럼,

태극의 일렁임처럼,

맞아짐이 생겼을 때 

그 가치를 발함을 말한다고 받아들였다.

누군가에겐 서운함이 될 선택과

누군가에겐 당장 눈앞에 밟히는 의협심이,

마치 1개의 동전이 지닌 양면처럼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포기하는 원리가 아닌 

동전 그 자체를 바라봄도 필요하다는 듯 싶다.


가까운 시일내에 저자의 주역책들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각오도 다져 보면서 

부족한 서평은 이쯤에서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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