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도시락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19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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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는 엄마가 없어요. 창문닦이인 아빠는 다이나를 세심하게 챙겨주지 못한답니다. 아침은 늘 콘플레이크와 우유고 도시락도 잘 챙겨주지 않아요. 다이나는 모든 게 지겹고 학교마저 가기 싫어요. 학교에서는 늘 실수 투성이에다 아이들은 다이나랑 잘 놀아주지도 않고 선생님마저 다이나에게 화를 내지요.

기분 좋은 일이 하나도 없는 다이나. 이렇게 기분이 우울해질 때마다 다이나는 엄지손가락을 빠는 버릇이 있어요. 자연사 박물관에 견학을 간 날 다이나가 누구를 만났는지 아세요? 엄지손가락이 뽀족한 이구아노돈이랑 친구가 되었어요. 이구아노돈이 만들어준 공룡 도시락이랑 공룡 주스를 마셨지만 그 비밀은 아무도 모르지요.

다음 날 잠에서 깬 다이나는 자신이 공룡으로 변한 사실을 알았지요. 다이나가 공룡으로 변하자 아빠도 친구도 선생님도 모두 다이나를 좋아합니다. 실수를 하거나 말썽을 피워도 즐거워 하지요. 친구들은 서로가 공룡 다이나와 놀겠다고 야단입니다. 선생님마저 다이나의 꼬리에 앉아 놀고 있군요. 공룡으로 변한 다이나에게 신나는 일 투성이인데 하룻밤이 또 지나고 보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거 있죠! 하지만 꿈이 아니라니까요. 잠에서 깬 다이나의 손에 공룡 주스가 들려 있었거든요.

엄마 없는 다이나가 정말 외로웠던 것 같아요. 꼼꼼하게 도시락을 챙겨주고 실수할 때도 따뜻하게 안아주는 엄마가 정말 그리웠던 모양이에요. 박물관에서 만난 이구아노돈을 엄마처럼 생각하는 걸 보니 말이에요. 아빠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정말 야속하네요. 그렇게 외로운 다이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늘 구박만 했으니...  이젠 모두 다이나의 마음을 알았을 것 같아요.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물론 그림책에서 글책으로 넘어가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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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구 재덕이 작은도서관 24
이금이 지음, 성병희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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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아 재덕이와 같은 동네 사는 명구의 우정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하지만 명구가 처음부터 재덕이를 친구로 생각한 건 아니었답니다. 명구도 다른 친구들처럼 재덕이를 바보나 멍청이, 인마라는 호칭 없이는 불러본 적이 없으니까요. 아이들이 놀리거나 괴롭혀도 화도 내지 못하는 아이, 조금 울다가 금방 해맑게 웃어버리는 아이가 바로 우리 동네 사는 재덕이지요.

아이들이 일부러 사탕을 땅에 떨어뜨려놓고 주워 먹으라고 하면 그냥 주워 옷에다 한 번 문지르고는 맛있게 빨아먹는 재덕이, 나이도 한 살 많고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 재덕이가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명구는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6학년 형에게 맞는 명구를 위해 편을 들어준 날부터 명구의 마음속에 서서히 뭔가가 생겨납니다. 그게 뭐였을까요? 웬일인지 입에서  바보나 멍청이라는 호칭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재덕이가 재활원으로 떠나는데 명구는 섭섭하고 콧날이 시큰해지기까지 합니다. 차를 타고 떠나는 재덕이를 몰래 바라보는 명구의 표정에 슬픔이 가득합니다. 다시는 맑은 눈동자와 웃음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라져가는 자동차를 보며 가만히 불러보는 이름, "재덕아!"

명구는 재덕이가 떠난 후 함께 놀던 솔숲산에 간 적이 없습니다. 혼자 놀면 재미 없으니까요. 심심할 때마다 자꾸만 재덕이가 생각납니다. 하지만 어디서도 재덕이는 뛰어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후 재덕이가 돌아왔습니다. 그 소식에 제일 반가워한 사람은 물론 명구였지요. 명구네 학교에 새로 생긴 희망반에 재덕이가 다닐 거랍니다. 멀리서 옷자락만 보여도 싫어했던 재덕이랑 같은 반이 되고 싶은 생각까지 드니 이게 웬일입니까?

여전히 재덕이는 바보에 멍청이지만 명구는 더이상 창피하지 않았어요. 재덕이는 친구니까요.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말대신 사탕 몇 개 불쑥 내미는 걸로 대신하는 걸 보면 재덕이도 명구의 마음을 다 알고 있었나 봅니다. 다시 솔숲산으로 놀러 가는 두 아이의 그림자가 형제처럼 다정합니다.

재덕이를 바보라고 놀릴 때마다 가슴 한켠이 시려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재덕이와 우정을 키워가는 명구의 모습을 보며 제 가슴은 다시 따뜻해졌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약한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날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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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1
노경실 외 지음, 윤종태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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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다놓은 지 이틀이 되어도 딸아이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읽어 보라고 한마디 하자 돌아온 말은 "공주 이야기는 시시해!" 그래, 내 아이도 이젠 열 살, 공주 이야기가 시시할 정도로 커버렸다. 그런데 아이는 이 책을 읽은 모양이었다. 저녁 준비를 하는 엄마를 붙들고는 내내 "엄마도 빨리 이 책 좀 읽어 보세요. 진짜 재미있어요. 그리고 진짜로 유익한 책이니까 꼭 사 주세요!"

흑설 공주는 백설 공주의 딸이지만 엄마처럼 흰 눈이 아닌 검은 눈(?) 같은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다. 여기서 흑설 공주의 비극은 시작된다. 백설 공주가 죽은 후 새왕비가 들어오고 흑설 공주는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다. 공주는 화려한 바깥 세상보다 먼지 쌓인 책이 가득한 다락방을 좋아한다. 당연히 진실의 거울은 책을 읽으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워가는 흑설 공주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로 꼽는다. 

새왕비는 독사과가 아닌 헌책 장사 영감으로 변장을 하고 일곱 난쟁이의  집에 살고 있는 흑설 공주를 찾아간다. 공주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독이 묻은 책을 읽게 되고... 하지만 공주를 구하러 온 건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는 사실! 책을 좋아하고 평소 공주를 사랑하던 젊은 나무꾼이었으니... 그래도 막연히 왕자를 기대하던 독자들의 기대가 확 뒤집어지는 순간이 아닐까! 

나무꾼과 흑설 공주가 결혼한 이후 진실의 거울이 한 얘기를 들어 보자. "다들 나름대로 아름다우니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흑설 공주 이후 세상이 말하는 미의 기준이 달라진 것이다. 우리 아이도 피부가 검은 편이어서 조금 싫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싹 없어졌다고 한다. 외모로 나타나는 아름다움보다는 내면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이 더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모양이다.

요즘도 콩쥐 팥쥐 같은 이복 자매가 있을까? 없다는 가정하에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새엄마는 예쁜 콩쥐를 구박하지만 팥쥐는 늘 콩쥐 편이다. 맛있는 음식이랑 쇠 호미도 갖다 주고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같이 고민해주고 도와주는 천사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콩쥐와 팥쥐 자매! 늘 힘을 모으는 그들의 앞날에 먹구름은 없다. 능력 있는 사또는 왜 안 나올까 궁금한 분은 책을 보시라. 고정 관념이 와르르 무너질 테니까!

신데렐라도 왕자 품에 안겨 신분 상승이라는 대박을 터드릴 수 있었지만 유리 구두를 벗어던진다. 왜냐하면 겉모습만 보는 사랑은 언젠가 변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자의 아내보다 더 값진 삶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삶이라는 신데렐라의 한마디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오누이 힘 합하기>는 여자는 잘 나면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여자랑 남자가 힘을 합하면 더 큰 일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잘했어! 인어 공주>는 똑똑한 인어 공주가 자신만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왕자의 품을 벗어나는 이야기로 변신한다. <나무꾼과 선녀>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도와주면서 살아야 평화로운 세상이 찾아온다는 이야기!

여섯 편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재미있고 다음이 궁금해서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서서히 자아에 눈뜨는 시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물론 남학생 여학생 구분하지 않고 모두에게! 그리고 입버릇처럼 "여자애가~ " 혹은 "남자애가~"를 들먹이는 고정 관념으로 가득 찬 엄마 아빠들께도! 한 번 읽고 나면 그런 소리는 함부로 입밖에 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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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2-0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답니다,,단 울 유진이는 저보다,별루 재미를 못느끼는듯....ㅎㅎㅎ

소나무집 2007-02-0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커서 그런가 보네요. 2학년 우리 아이는 공주들의 변신이 너무 획기적이라고 생각했나 보더라고요.
 
금이 간 거울 창비아동문고 231
방미진 지음, 정문주 그림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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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 학생 시절을 늘 오빠의 그늘에 가려 살았다. 동네에서도 학교에서도 아무개의 동생일 뿐이었다. 더구나 공부도 잘하고 늘 학교 임원을 도맡는 오빠에 비해 난 정말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공부를 아주 못한 것도 아니었건만  집안의 주인공은 항상 오빠였다. 성인이 된 후 친정엄마 말씀이 둘째인 나는 정말 있는 듯 없는 듯 키웠다고 했으니 나에 대한 대우가 어떠했을지 알 만하다. 그런데 그 시절 난 그런 상황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속으로 불만이야  있었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대가족 사이에서 계집애인 내가 목소리를 높일 기회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이 간 거울>에 나오는 수현이는 누나이면서도 동생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경우이다. 수현이는 잘하는 것도 못 하는 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착한 아이다. 하지만 동생 재현이는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척척 박사에 변호사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른들의 관심은 당연히 동생에게만 쏠린다. 집에서도 동생 중심으로 생활이 돌아가고 심지어는 선생님들까지도 수현이가 아닌 재현이 누나로 인식해준다. 수현이는 점점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어른들이 재현이를 들먹일 때마다 상처를 받는 수현이, 그때마다 우연히 문구점에서 훔친 거울에 금이 간다. 자기도 당당해지고 싶고 따뜻한 관심을 받고 싶지만 어른들에게 지극히 평범하고 착한 아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수현은 부모와 친구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고 느껴질 때마다 도둑질을 하게 된다. 도둑질을 하면서까지 관심을 받고 싶어했지만 아무도 수현을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도둑질이 반복되고 거울에 금이 가득해질 때까지 수현은 상처만 받는다. 사랑받고 싶은 수현의 마음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결국 수현은 일부러 선생님 지갑을 훔침으로써 자신의 도둑질을 만천하에 고한다. 들키고 싶어서 도둑질을 한 아이. 결국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되자 수현은 자신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날아가버렸다며 엉엉 소리내어 운다. 수현의 "드디어 들켰다!"는 한마디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이 책에는 표제작 <금이 간 거울>을 비롯해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오늘은, 메리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 모두 가족 관계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오빠의 닭>은 오빠가 학교 앞에서 사온 병아리가 커가며 성가신 존재가 되자 오빠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잡아 먹어버린다. 이로 인해 생기는 죄책감과 갈등을 여동생의 눈으로 보여준다.

<삼등짜리 운동회 날>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술만 좋아는 경비원 아버지가  창피해서 운동회 날 못 오게 한다. 딸의 마음을 알고 있던 아버지는 골목 근처에서 딸을 기다린다. 일부러 늦게 오는 딸과 친구 은경이에게 자장면을 사주러 간다는 이야기에 아버지 김만득 씨가 슬그머니 좋아졌다. <기다란 머리카락>도 우울한 가족 관계 이야기이다. 가족간에 서로 관심이 없다. 아무도 서로 눈을 맞추고 얘기를 하거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집안에는 알 수 없는 긴 머리카락이 늘어난다. 다행스럽게 모두 손에 손을 잡으면서 화해는 이루어진다.

자라면서 자신의 모습을 쉽게 드러내려 하지 않는 아이들과 멀어져가는 가족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섬뜩했다. 아직은 어리지만 내 아이들도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도 있고,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야기 좀 들어 달라고 비명을 지르기 전에 많이 안아주고 함께 해주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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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1-2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누구나 한번 쯤은 겪어본 직 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내가 이 집 아들이 맞을 까? 하는 의문부호. 하지만 수현이의 생각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네요.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이 없을 텐데 어릴 때야 많이 서운 한 것이 사실이지요.

씩씩하니 2007-01-2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온전히 자기로 인정받지 못하구 누군가를 통해 자기 존재를 알아주는 세상 속에서 사람은 늘..외롭고 쓸쓸하지요....
많은걸 느끼게하는 동화인듯해요...
님의 솔직한 리뷰가 마음에 꽂힙니다.....

소나무집 2007-01-3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벽이라는 것이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들에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인가 봅니다.
 
샬롯의 거미줄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5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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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마지막 운명은 뭘까요? 여기 한 돼지의 운명을 바꾸어놓은 우정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실래요?

형제 중에 가장 작게 태어나는 바람에 죽을 뻔한 돼지를 농장집 딸아이 펀이 구해줍니다. 펀은 그 돼지에게 윌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껏 돌보았지요. 어느 정도 자라 주커만 씨네 헛간으로 간 윌버는 부족한 게 아무것도 없었답니다. 하지만 사는 게 어째 시들했어요. 새끼 양도, 심술쟁이 쥐 템플턴도, 수다쟁이 암거위도 윌버에게 관심이 없었지요. 윌버는 눈물이 나왔어요. 그때 나타난 게 바로 영리하고 친절하고 믿음직스럽고 의로운 거미 샬롯이랍니다. 

윌버는 샬롯과의 우정을 키워가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에 햄과 베이컨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죽고 싶지 않다고 울부짖는 윌버에게 샬롯이 구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샬롯이 거미줄에 '대단한 돼지'라는 글자를 짜 넣음으로써 윌버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게 되지요. 그리고 윌버는 정말 대단한 돼지가 되어갑니다. 사람들은 거미가 글자를 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신의 계시라고 생각하지요. 결국 윌버는 동네에서 아주 유명해지고 농장 식구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됩니다.

그후 샬롯은 '근사한' 돼지, '눈부신' 돼지라는 글자를 거미줄에 짜 넣음으로써 윌버의 운명을 슬슬 바꾸어줍니다. 대단하고 근사하고 특별한 돼지를 햄이나 베이컨으로 만들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가을이 오고 주커만 씨는 농축산물 품평회에 윌버를 내보내기로 합니다. 우유 목욕까지 하고 간 품평회장에서 윌버보다 훨씬 더 큰 돼지가 나타나는 바람에 일등을 빼앗기게 되자 샬롯은 또 한 번 윌버를 위해 글자를 만듭니다. '겸허한 돼지'. 샬롯의 노력 덕분에 특별상을 타게 된 윌버의 앞날은 안전해집니다. 주커만 씨에게 큰 영광을 안겨준 윌버는 더이상 보통 돼지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를 어쩝니까? 윌버를 죽음에서 구해준 샬롯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으니 말입니다. 거미에게 가장 위대한 작품인 알주머니 만들기를 끝낸 샬롯은 더이상 살아갈 기운이 없습니다. 윌버와 함께 농장으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샬롯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윌버가 묻습니다. "왜 나에게 그렇게 잘 해주었니? 난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샬롯은 말합니다. "너는 내 친구였어. 내가 너를 좋아했기 때문에 거미줄을 짰던 거야. 난 널 도와줌으로써 내 삶을 조금이나마 승격시키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겠어." 몸부림치며 울부짖던 윌버는 절망합니다. 샬롯이 없는 윌버의 인생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지요. 왜냐하면 샬롯은 윌버에게 '진정한 친구'였으니까요.  템플턴의 도움을 받아 알주머니는 무사히 농장 헛간으로 데려오지만 결국 샬롯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맙니다. 

샬롯은 비록 죽었지만 윌버와 나눈 우정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마음 속에 진한 감동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돼지의 운명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고 믿는 어른들과 '진정한 우정'에 대해 고민하는 4학년 이상 아이들에게 읽기를 권합니다. 우리 딸은 이 책 보면서 울었답니다. 그러니 눈물이 많은 여자 아이들은 꼭 손수건을 준비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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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2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동화에요,,그쵸?
이 책으로 독서퀴즈를 하면서,,,아이들한테..좋은 선물을 준거 같아,스스로 참 뿌듯했었는데..흐..
눈물많은 딸,,,이뽀요,,그쵸? 저도 책 읽으면서 울 아이 울면,,,이쁘대요~~

소나무집 2007-01-2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으로 독서 퀴즈를 했었군요. 저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먼저 보았어요. 그후 원작이 궁금해서 책을 샀는데 깔끔한 번역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프레이야 2007-01-2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두고 두고 보아도 잔잔한 감동이에요. 아이들에겐 고전 같은...

올리브 2007-01-26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요즘 읽었어요. 넘 감동적이었어요. 아이도 함께 읽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나중에 영화 아이랑 꼭 보려고요

소나무집 2007-01-26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또 읽어도 감동적인 책이지요. 아이가 크면 꼭 보도록 하세요.

오우아 2007-02-03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범한 돼지가 대단한 돼지로 바뀌는 매우 흥미로우면서 감동적인 동화이었습니다. 이 주이 마이리뷰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친구의 우정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느꼈으면 하네요^^ 축하드립니다

소나무집 2007-02-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많은 아이들이 읽고 우정은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2007-02-07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7-02-0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정의 거미줄이란 책으로 읽은 기억이 나네요.^^ 주인공 아이와 거미와 돼지의 좌충우돌 어린 시절이 참 아름다운 추억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소나무집 2007-02-09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에서 '우정의 거미줄'로 번역되었지요. 하지만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것이 훨씬 번역이 좋은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7-02-1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좋아. 어른들이 보아도 좋은 동화들 흔치 않은데 상상력이 참 부럽습니다.

소나무집 2007-02-1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저는 이 책을 딸아이 친구들 생일 선물로 항상 준비해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