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1
노경실 외 지음, 윤종태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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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다놓은 지 이틀이 되어도 딸아이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읽어 보라고 한마디 하자 돌아온 말은 "공주 이야기는 시시해!" 그래, 내 아이도 이젠 열 살, 공주 이야기가 시시할 정도로 커버렸다. 그런데 아이는 이 책을 읽은 모양이었다. 저녁 준비를 하는 엄마를 붙들고는 내내 "엄마도 빨리 이 책 좀 읽어 보세요. 진짜 재미있어요. 그리고 진짜로 유익한 책이니까 꼭 사 주세요!"

흑설 공주는 백설 공주의 딸이지만 엄마처럼 흰 눈이 아닌 검은 눈(?) 같은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다. 여기서 흑설 공주의 비극은 시작된다. 백설 공주가 죽은 후 새왕비가 들어오고 흑설 공주는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다. 공주는 화려한 바깥 세상보다 먼지 쌓인 책이 가득한 다락방을 좋아한다. 당연히 진실의 거울은 책을 읽으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워가는 흑설 공주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로 꼽는다. 

새왕비는 독사과가 아닌 헌책 장사 영감으로 변장을 하고 일곱 난쟁이의  집에 살고 있는 흑설 공주를 찾아간다. 공주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독이 묻은 책을 읽게 되고... 하지만 공주를 구하러 온 건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는 사실! 책을 좋아하고 평소 공주를 사랑하던 젊은 나무꾼이었으니... 그래도 막연히 왕자를 기대하던 독자들의 기대가 확 뒤집어지는 순간이 아닐까! 

나무꾼과 흑설 공주가 결혼한 이후 진실의 거울이 한 얘기를 들어 보자. "다들 나름대로 아름다우니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흑설 공주 이후 세상이 말하는 미의 기준이 달라진 것이다. 우리 아이도 피부가 검은 편이어서 조금 싫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싹 없어졌다고 한다. 외모로 나타나는 아름다움보다는 내면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이 더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모양이다.

요즘도 콩쥐 팥쥐 같은 이복 자매가 있을까? 없다는 가정하에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새엄마는 예쁜 콩쥐를 구박하지만 팥쥐는 늘 콩쥐 편이다. 맛있는 음식이랑 쇠 호미도 갖다 주고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같이 고민해주고 도와주는 천사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콩쥐와 팥쥐 자매! 늘 힘을 모으는 그들의 앞날에 먹구름은 없다. 능력 있는 사또는 왜 안 나올까 궁금한 분은 책을 보시라. 고정 관념이 와르르 무너질 테니까!

신데렐라도 왕자 품에 안겨 신분 상승이라는 대박을 터드릴 수 있었지만 유리 구두를 벗어던진다. 왜냐하면 겉모습만 보는 사랑은 언젠가 변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자의 아내보다 더 값진 삶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삶이라는 신데렐라의 한마디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오누이 힘 합하기>는 여자는 잘 나면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여자랑 남자가 힘을 합하면 더 큰 일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잘했어! 인어 공주>는 똑똑한 인어 공주가 자신만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왕자의 품을 벗어나는 이야기로 변신한다. <나무꾼과 선녀>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도와주면서 살아야 평화로운 세상이 찾아온다는 이야기!

여섯 편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재미있고 다음이 궁금해서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서서히 자아에 눈뜨는 시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물론 남학생 여학생 구분하지 않고 모두에게! 그리고 입버릇처럼 "여자애가~ " 혹은 "남자애가~"를 들먹이는 고정 관념으로 가득 찬 엄마 아빠들께도! 한 번 읽고 나면 그런 소리는 함부로 입밖에 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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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2-0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답니다,,단 울 유진이는 저보다,별루 재미를 못느끼는듯....ㅎㅎㅎ

소나무집 2007-02-0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커서 그런가 보네요. 2학년 우리 아이는 공주들의 변신이 너무 획기적이라고 생각했나 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