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 재덕이 작은도서관 24
이금이 지음, 성병희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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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아 재덕이와 같은 동네 사는 명구의 우정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하지만 명구가 처음부터 재덕이를 친구로 생각한 건 아니었답니다. 명구도 다른 친구들처럼 재덕이를 바보나 멍청이, 인마라는 호칭 없이는 불러본 적이 없으니까요. 아이들이 놀리거나 괴롭혀도 화도 내지 못하는 아이, 조금 울다가 금방 해맑게 웃어버리는 아이가 바로 우리 동네 사는 재덕이지요.

아이들이 일부러 사탕을 땅에 떨어뜨려놓고 주워 먹으라고 하면 그냥 주워 옷에다 한 번 문지르고는 맛있게 빨아먹는 재덕이, 나이도 한 살 많고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 재덕이가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명구는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6학년 형에게 맞는 명구를 위해 편을 들어준 날부터 명구의 마음속에 서서히 뭔가가 생겨납니다. 그게 뭐였을까요? 웬일인지 입에서  바보나 멍청이라는 호칭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재덕이가 재활원으로 떠나는데 명구는 섭섭하고 콧날이 시큰해지기까지 합니다. 차를 타고 떠나는 재덕이를 몰래 바라보는 명구의 표정에 슬픔이 가득합니다. 다시는 맑은 눈동자와 웃음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라져가는 자동차를 보며 가만히 불러보는 이름, "재덕아!"

명구는 재덕이가 떠난 후 함께 놀던 솔숲산에 간 적이 없습니다. 혼자 놀면 재미 없으니까요. 심심할 때마다 자꾸만 재덕이가 생각납니다. 하지만 어디서도 재덕이는 뛰어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후 재덕이가 돌아왔습니다. 그 소식에 제일 반가워한 사람은 물론 명구였지요. 명구네 학교에 새로 생긴 희망반에 재덕이가 다닐 거랍니다. 멀리서 옷자락만 보여도 싫어했던 재덕이랑 같은 반이 되고 싶은 생각까지 드니 이게 웬일입니까?

여전히 재덕이는 바보에 멍청이지만 명구는 더이상 창피하지 않았어요. 재덕이는 친구니까요.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말대신 사탕 몇 개 불쑥 내미는 걸로 대신하는 걸 보면 재덕이도 명구의 마음을 다 알고 있었나 봅니다. 다시 솔숲산으로 놀러 가는 두 아이의 그림자가 형제처럼 다정합니다.

재덕이를 바보라고 놀릴 때마다 가슴 한켠이 시려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재덕이와 우정을 키워가는 명구의 모습을 보며 제 가슴은 다시 따뜻해졌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약한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날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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