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받은 상장 내친구 작은거인 9
이상교 지음, 허구 그림 / 국민서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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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학교에서 상을 받아왔다. 정말 이게 웬일인가 싶게 놀랐다.

많은 생각과 경험을 할 수 있는 책과 늘 함께 하는 너의 모습은 친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단다. 평소 열심히 독서하는 너에게 상을 주고 싶구나!

우리 아들이 맨 처음 받은 상장이다. 한글 쓰기도 제대로 안 되어 선생님께  "지우는 글씨가 왜 그 모양이냐"는 말이나 듣고,  늘 친구들과 싸워서 전화 받게 만드는 우리 아들이 가방에서 표창장을 터억 하니 꺼냈으니 내가 놀랄 수밖에.

벌써 누나가 상장 하나를 받아다 냉장고에 붙여놓았으니 속으로는 은근히 부러웠을 법도 한데 어떻다 한마디 없더니 상 받아와서 하는 말. "엄마, 나도 이런 거 하나 받았어!"

종알종알 표현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얼마나 좋았을까! 맨날 혼나기만 하다가 앞에 불려나가 우쭐대며 상장을 받았을 아이의 모습이 생각나  삐질삐질 웃음이 나온다.

주인공 시우를 보며 내내 우리 아들 생각이 났다. 늘 누나에게 치이고 노는 것만 좋아하니 잠시도 엉덩이를 붙이고 있지를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책을 붙잡으면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을 정도로 집중을 한다. 그래서 이런 상까지 받은 모양이다. 우리 아들에게 구르는 재주는 책읽기임에 틀림없다. 그 재주 계속 키워가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상장을 받았다는 말에 선물을 사 가지고 오던 아빠가 작은 교통 사고를 내는 바람에 진짜 비싼 상장이 되고 말았다. 집에 와서 아빠가 했던 말. "지우야, 상 너무 자주 받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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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5-18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축하드려요. 특히 독서상이라 더 뿌듯하실 것 같아요.
지우야! 축하해!!!

소나무집 2007-05-2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사고가 많은 아들이 상을 받아와서 집안의 경사였답니다.
 
바빠가족 돌개바람 6
강정연 지음, 한지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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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어떤가 생각해 본다. 다행이다. 그림자들이 반란을 일으킬 정도로 바쁘지 않아서. 우리집에서 '빨리'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엄마인 나, 두번째는 딸이다. 그리고 아들과 남편은 늘 여유만만이다. 이 50 : 50이 우리집이 유지되는 비결인 것 같다.

세상에 바쁜 게 하나도 없는 우리 아들을 보고 있으면 속에서 불이 날 때도 많지만 아빠의 한마디 때문에 다 용납이 되곤 한다. "괜찮아, 천천히 해도 시간 많아!" 사실 그래서 어떤 땐 두 배로 불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중립을 지켜주는 이가 있어 우리집이 평화롭고 만만디 아들을 미워할 수가 없다.

밤새 쌓인 먼지 걱정에 앉을 틈이 없는 엄마 깔끔여사, 부장님 뒤따라 다니느라 정신없는 아빠 유능한씨,  멋내기에 바쁜 누나 우아한양, 모든 일을 다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다잘난군. 어찌나 바쁜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 시간도 없고, 그림자가 바뀌었어도 알아채지 못한다. 결국 너무 바쁜 가족을 따라다니다 지친 그림자들끼리 모여 회의를 연다. 

그림자들이 여유롭고 행복해지기 위해 쓴 마지막 방법은 뭘까? 그림자가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그림자를 따라다니는 것! 오호, 이런 방법이 있었군.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해냈을까 싶다. 그림자들이 반란을 일으키다니. 이건 피터팬의 그림자에서 모티브를 따온 게 확실하다. 

순간순간 그림자와의 약속을 잊은 채 분주해려고 하면 그림자는 여유를 부린 채 바빠가족에게서 떨어져버린다. 그림자 없는 사람, 유령이 된 것 같아 좀 으시시하다.

바빠가족은 얼른 그림자를 따라가서 여유 있게 차를 마시고, 천천히 걷고, 이웃 할머니를 찾아가고, 부하 직원들과 어울리고, 거울도 좀 덜 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축구도 하는 가족으로 변해간다. 바쁘게 살지 않으면, 내가 없으면 아무 일도 되지 않으리라던 바빠가족의 생각과는 달리 어제와 똑같은 평범한 하루를 보낸다.

한 달 동안 그림자와 전쟁을 치르며 보낸 후 바빠가족이 찾은 건 무엇일까? 게으름뱅이가 되고 나서야 가족들과 마주 앉아 서로에게 관심도 갖고 시시콜콜한 대화도 나누다 보니 저절로 굴러들어온 것, 그건 바로 친구랑 이웃이랑 가족이었다. 진짜 중요한 걸 얻은 것이다.

늘 바빠야 된다고 생각하는 엄마 아빠들이 먼저 보는 게 좋겠다. 너무 바쁘게 사는 요즘 아이들이 본다면 엄마 아빠에게 경고장을 내밀지도 모른다. '이것 좀 보라고. 우리집 이야기'라고 말이다. 그러니 절대로 아이들에겐 보여주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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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기 소년 창비아동문고 232
유은실 지음, 정성화 그림 / 창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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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는 유은실이라는 작가가 좋다. 그녀는 슬픈 이야기도 유쾌하게 풀어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킬킬대며 읽다 보면 어느새 한 작품이 끝나곤 한다. 하지만 한 번씩 작품을 되돌려 읽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진정성에 콧끝이 찡해지곤 한다. 그리고 킬킬댄 것에 미안해진다.

작품 대부분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들어 있다. 주인공 아이들은 한결같이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씩씩하다. 시인 백석과 이름이 같은 소년의 에피소드 <내 이름은 백석>은 엄마인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마음대로 쓰라고 받은 용돈 천원을 가지고 고민하는 자매의 이야기 <맘대로 천원>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손녀딸의 이야기 <선아의 쟁반>은 딸아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동화이다.

표제작 <만국기 소년>은 제목만 보고 아이들 운동회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진수는 새로 전학 온 아이이다. 선생님이 뭐든 잘하는 것 하나만 해보라는 말에 나라 이름과 수도를 줄줄이 외운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낯설게 쉬지 않고 나라 이름을 외우고, 아이들은 놀라 쥐죽은 듯 조용하다. 가난한 진수가 볼 수 있는 책은 얻어 온 국기책 하나뿐이다. 보고 또 보다가 나라 이름과 수도를 다 외워 걸어다니는 만국기가 되고 말았다.

외운 나라 중에서 제일 가 보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진수는 대답이 없다. 대신 그 많은 나라와 수도를 외울 때는 아무 표정이 없던 진수의 얼굴에 슬프고 겁에 질린 표정이 생기고 말았다. 그 순간 진수가 받은 상처는 아무도 모른다. 창밖의 맑고 파란 하늘이나 알까!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진수가 더 초라해 보인다. 가 본 적도 없고 앞으로 가 보고 싶다고 꿈도 꿀 수 없는 한 소년의 가난이 슬픔을 넘어선다.

진수를 지켜보는 주인공 아이의 마음이 아이답지 않다. 진수네가 아이를 너무 많이 낳았다는 말에는 엄마를, 어느 나라에 가고 싶은지를 묻는 선생님을 원망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짠해진다. 주인공 아이 덕분에 진수가 외롭지도 않고 표정도 있는 학교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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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5-0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은실 작가 좋아하는데 이 책보고 더 좋아졌어요

홍수맘 2007-05-0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빨리 보고 싶어요. ^ ^.

치유 2007-05-10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너무 괜찮지요??

소나무집 2007-05-15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이 더 좋았어요.
 
랄슨 선생님 구하기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6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김지윤 그림, 강유하 옮김 / 내인생의책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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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독특한 선생님이 있다. 랄슨, 그는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이들에겐 그저 동화나 단어집이나 읽을거리를 정해주고 자신은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만 읽어댄다. 이런 선생님이 내 아이의 담임이라면 나부터도 당장 쫓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 같다. 무능력한 랄슨 선생님이 학교에서 쫓겨날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흥미진진하다. 

145호 교실은 랄슨 선생님이 보는 온갖 잡지와 신문, 책들로 창고 같다. 그리고 그 교실 안에 카라 랜드리가 있다. 모범생 카라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투명 인간 같은 아이다. 카라가 진실과 자비를 창간 정신으로 삼은 앤드리 뉴스 초판을 발행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카라는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랄슨 선생님에 대한 사설을 실어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랄슨 선생님은 진짜 선생님을 필요로 하는 카라의 마음을 읽고 화를 내는 대신 대변신을 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신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 수업은 카라와 선생님과의 대화로 이어진다. 사설에 대한 카라의 정의가 따뜻해서 좋다. '사설은 신문사가 하기 어려운 말을 할 수 있는 곳이고, 실수를 했을 때는 사과를 할 수 있는 곳이며, 신문사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내가 보는 신문에도 이런 따듯한 마음이 실렸으면 좋으련만. 어른들이 아이들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잠깐 든다.

단 한 부만 발행되던 랜드리 뉴스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 편집에 부수까지 늘어난다. 그리고 랄슨 선생님을 쫓아낼 궁리만 하던 교장 선생님의 책상에까지 올려진다. 결국 랄슨 선생님은 모든 기사의 내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교장 선생님의 함정에 빠져 징계 청문회에 오르게 된다.

랄슨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헌법과 권리장전, 언론의 자유에 대한 수업을 할 뿐 자신이 처한 위기를 모면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똘똘한 카라는 교장 선생님에게 맞서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고 교장 선생님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초등 학생이 읽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문제삼았던 기사를 그 주인공 미첼이 직접 읽자 박수가 터져 나오고 징계 청문회는 해산된다.

결국 따듯한 마음이 담긴 신문 덕분에 랄슨 선생님은 학교에서 사라져야 할 선생님에서 '올해의 선생님'으로 선정하고픈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 말았다.

참 좋다. 언론의 중요함, 거기에 사제지간의 사랑까지 느껴지는 이야기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도 기자가 되어 신문 기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 것 같다. 나도 올 여름 방학엔 아이들과 가족 신문을 만들어봐야겠다. 5,6학년 아이들에게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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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도 권해 주세요. ^ ^.

향기로운 2007-04-18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담아두어요~^^*

프레이야 2007-04-18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6학년이 읽기에 좋아요. 얻을 게 참 많은 책이라 저도 좋아해요.

소나무집 2007-04-1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주는 책이에요. 아무리 나쁜 평을 받는 선생님이라도 마음속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멋진 여우 씨 동화는 내 친구 48
로알드 달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논장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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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선 책을 살 땐 대부분 내 선택에 의해 결정되곤 한다. 하지만 가끔 예외인 경우가 있다. 딸아이의 극성에 내용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결정를 내려야 할 때가 있다. 이 책도 그런 경우였다. 로알드 달 매니아인 딸아이가 신간 소개를 본 이후 매일같이 졸라댔다.  

그래서 하루는 로알드 달을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돌아온 답은 그의 책을 읽고 나면 '속이 시원'하단다. 아이의 표현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난 그 속엔 담긴 의미를 알고 있다. 엄마인 나도 사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가 많으니까 말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어른들을 늘 통쾌하고 유쾌하게 혼내주고 굴복시키는 주인공들 앞에서 열광하지 않을 아이들이 어디 있을까? 아마 우리 아이도 그 주인공을 꿈꾸며 책 속에 얼굴을 묻고 있을 게 틀림없다.

사람과 여우, 이 둘 중에 약자는 누구일까? 총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인간들 앞에 약자는 분명 여우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인간으로부터 죽음을 당한 여우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여기 꿋꿋하게 버티면서 인간을 슬슬 비웃는 여우씨가 있으니 그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라!

보기스는 닭을 키우는 뚱보로 닭요리만 먹어댄다. 번스는 오리와 거위를 키우는 배불뚝이 난쟁이로 거위간을 넣은 도넛만 먹는다. 빈은 칠면조와 사과를 키우는 농부로 사과로 만든 독한 술만 마셔댄다. 이들은 생김새는 영 딴판으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었으니 부자에다가 성질이 고약하고 비열하다는 점이다. 그러니 영리한 우리의 여우씨랑 대적할 만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 세 농장을 털어 먹고 살아가는 여우씨가 농장 주인의 표적이 된 건 당연지사다. 쫓고 쫓기는 여우씨와 농장 주인들의 게임에 잠시도 책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굴파기 선수 여우씨 가족 앞에 들이민 건 굴착기, 하지만 여우씨의 승리. 끈질긴 농장 주인들 덕분에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여우씨는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질 여우씨가 아니다. 보기스네 닭장과 빈스의 거대한 창고와 빈의 사과주 창고까지 털어내는 대범함을 보인다. 굴 밖에선 농장 주인들이 속이 끓고 있거나 말거나 여우씨는 오소리네, 토끼네, 족제비네 가족까지 초대해서 성대한 잔치를 벌인다. 

여기서 인간의 농장을 털었다고 여우씨를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여우씨의 멋진 승리에 같이 축배를 들고 싶어하지 않을까!

로알드 달을 좋아하는 모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읽기를 권하다. 그리고 늘 억울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책상 위에 살짝 올려놓아 준다면 그날 밤 엄마에게 돌아오는 건 멋진 뽀뽀가 아닐까 싶다. 우리 딸아이도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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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7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이 책을 기다리고 있지요. 도착예정일이 내일이라고 되어 있는 걸로 봐서 모레쯤 도착할 것 같아요. ^ ^.

소나무집 2007-04-2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이가 보기엔 좀 긴 내용이지만 읽어 주시면 재미있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