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가족 돌개바람 6
강정연 지음, 한지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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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어떤가 생각해 본다. 다행이다. 그림자들이 반란을 일으킬 정도로 바쁘지 않아서. 우리집에서 '빨리'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엄마인 나, 두번째는 딸이다. 그리고 아들과 남편은 늘 여유만만이다. 이 50 : 50이 우리집이 유지되는 비결인 것 같다.

세상에 바쁜 게 하나도 없는 우리 아들을 보고 있으면 속에서 불이 날 때도 많지만 아빠의 한마디 때문에 다 용납이 되곤 한다. "괜찮아, 천천히 해도 시간 많아!" 사실 그래서 어떤 땐 두 배로 불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중립을 지켜주는 이가 있어 우리집이 평화롭고 만만디 아들을 미워할 수가 없다.

밤새 쌓인 먼지 걱정에 앉을 틈이 없는 엄마 깔끔여사, 부장님 뒤따라 다니느라 정신없는 아빠 유능한씨,  멋내기에 바쁜 누나 우아한양, 모든 일을 다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다잘난군. 어찌나 바쁜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 시간도 없고, 그림자가 바뀌었어도 알아채지 못한다. 결국 너무 바쁜 가족을 따라다니다 지친 그림자들끼리 모여 회의를 연다. 

그림자들이 여유롭고 행복해지기 위해 쓴 마지막 방법은 뭘까? 그림자가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그림자를 따라다니는 것! 오호, 이런 방법이 있었군.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해냈을까 싶다. 그림자들이 반란을 일으키다니. 이건 피터팬의 그림자에서 모티브를 따온 게 확실하다. 

순간순간 그림자와의 약속을 잊은 채 분주해려고 하면 그림자는 여유를 부린 채 바빠가족에게서 떨어져버린다. 그림자 없는 사람, 유령이 된 것 같아 좀 으시시하다.

바빠가족은 얼른 그림자를 따라가서 여유 있게 차를 마시고, 천천히 걷고, 이웃 할머니를 찾아가고, 부하 직원들과 어울리고, 거울도 좀 덜 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축구도 하는 가족으로 변해간다. 바쁘게 살지 않으면, 내가 없으면 아무 일도 되지 않으리라던 바빠가족의 생각과는 달리 어제와 똑같은 평범한 하루를 보낸다.

한 달 동안 그림자와 전쟁을 치르며 보낸 후 바빠가족이 찾은 건 무엇일까? 게으름뱅이가 되고 나서야 가족들과 마주 앉아 서로에게 관심도 갖고 시시콜콜한 대화도 나누다 보니 저절로 굴러들어온 것, 그건 바로 친구랑 이웃이랑 가족이었다. 진짜 중요한 걸 얻은 것이다.

늘 바빠야 된다고 생각하는 엄마 아빠들이 먼저 보는 게 좋겠다. 너무 바쁘게 사는 요즘 아이들이 본다면 엄마 아빠에게 경고장을 내밀지도 모른다. '이것 좀 보라고. 우리집 이야기'라고 말이다. 그러니 절대로 아이들에겐 보여주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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