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금요일에 제주도로 내려갔기 때문에 추석 전날 여유가 있었답니다. 우리 시댁도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명절 음식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어머님께서 단호한 결정을 내리셨어요. 딱 차례 지낼 만큼만 하신다구요.
해마다 전 붙이는 데 세 시간은 걸렸는데 올해는 한 시간도 안 걸렸습니다. 그래서 이번 추석은 시댁에 가서 놀기만 하다 온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어머님은 칠십 평생 이렇게 음식을 조금 한 게 처음이라고 하실 정도로 많이 줄였다는데 내 눈엔 사실 그것도 많아 보였다지요.
그리고 놀기 좋아하는 우리 시아주버님 덕분에 더 즐거운 추석이 되었어요. 시아주버님은 이미 계획을 다 짜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처음엔 나는 집에 남을 생각이었는데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을 보살피라는 형님의 엄명(?)을 받고 같이 가게 되었지요.
그래서 남들은 전 붙이느라 땀나고 있을 시간에 우리는 함덕 해수욕장으로 출발! 해수욕이 아닌 카약을 타러 말이죠. 카약은 내게 그게 뭐였더라 싶게 생소한 해양 스포츠였어요. 몸치에 숨쉬기 운동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운동인 줄 알고 사는 나는 애초에 그걸 탈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아이들 보호자로 동행한 거지요.
처음 가본 함덕 해수욕장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남태평양 어느 섬 풍경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답니다. 철 지난 바닷가를 찾아온 외국인 몇 명도 눈에 띄었구요.
요 구름다리를 사이에 두고 함덕 해수욕장이 양쪽으로 펼쳐져 있어요.
드디어 카약을 타기 위해 준비 운동중입니다. 잘 훈련된 조교를 통해 노 젓는 법도 배우고요. 조교들이 이곳 사장님 아들이라네요. 이 조교 중 하나가 따라다니며 사진까지 찍어주었답니다. 이곳 사장님이 카약을 타고 서해를 거쳐 여의도까지 가셨다고 해서 모두 얼마나 놀랐는지...
우리 딸과 큰 조카. 4학년, 3학년인데 제법 호흡을 맞춰 노를 잘 저었어요.
앞에 앉은 아이가 우리 아들, 얼굴 보이는 아이가 조카. 둘 다 아홉 살인데 원수처럼 으르렁대다가도 저희 딴에 제법 진지한 토론도 하고 그래요. 특히 곤충에 대해.
노젓기가 서툰 이 아홉 살 아이들은 서로가 네 탓이라며 싸우더군요. 나중에 남편과 조카가 자리를 바꾼 후에야 평화가 찾아왔지요. 망망대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해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에요.
가운데가 저예요. 처음엔 여섯 살 조카를 앞에 태우고 남편과 함께였는데 아홉 살짜리들이 싸우는 바람에 멤버 교체.
아이들이랑 타니까 멀리 갈 수 없어서 나중에 아이들 해변에 데려다놓고 남편이랑 둘이서 사진 끝에 보이는 섬을 돌아왔는데요. 정말 너무 좋았어요. 제가 남편에게 제주도로 시집 온 보람을 느꼈다고 했을 정도로 환상적인 체험이었답니다. 안 해보던 것도 해보고 살아야 된다는 걸 깨달았네요.
제주도 가시는 분들 함덕 해수욕장 가서 꼭 카약 타고 오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비용도 즐거움에 비하면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들었구요. 어른 13,000원이고 아이들은 50% 할인해 준대요. 갈아 입을 옷도 빌려주니까 옷 젖을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혹시 가실 분들을 위해 전화번호 알려 드릴게요. (제주 카약 체험 011-679-4466)
샤워를 하고 나와서 우리 가족끼리 폼 한 번 잡아 보았어요. 남들이 보면 우리 엄청 돈 많은 사람들인 줄 알 거라면서 이렇게 즐거워하고 있답니다. 아이들도 너무 신나고 재미있는 체험이었나 봐요. 이젠 아이들 성화에 제주도 갈 때마다 카약 타러 가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